매일신문

50년 역사 대구 1호 섬유조합 사라지나

'기능 올스톱' 대구경북직물공업협동조합

대구 섬유업계 최초의 조합으로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던 대구경북직물공업협동조합(이하 직물조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대구경북 섬유업계의 대표적 조합이었던 직물조합은 공동사업에서 발생한 손실 누적으로 지난해 당좌거래가 중지되는 등 사실상 조합기능을 상실한 데 이어 지난달 대구시로부터 휴면조치를 받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직물조합은 지난달 20일 조합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것으로 판단, 휴면명령을 내렸다. 직물조합은 내년 9월까지 1년간 조합 활동을 다시 시작하거나 조직 재구성을 통해 조합재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해산명령이 내려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요청으로 지난달 17일 현장조사를 한 결과 직물조합의 사무실이 사라졌고 법적으로 있어야 할 이사장과 상무이사도 없어 조합 업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직물조합은 그동안의 회원 업체의 사업 부진에 따라 벌인 공동구매 및 판매 사업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작년 3월에는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조합 총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이후 누적 적자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작년 6월 20일자로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직물업황 부진과 회원 수 감소, 적자 누적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10억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아 정상적인 조합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직물조합의 해산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올 6월 직물조합 소유의 건물마저 경매로 팔리면서 사무실이 사라지고 직원도 없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이사장도 없고, 남은 부채 처리에 이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조합이 살아날 리가 없다"며 "지역 섬유업계의 대표적인 조합이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 말했다.

지난 1962년 대구 최초의 섬유 관련 조합으로 설립된 직물조합은 ▷원사 공급 및 가격 안정 ▷공동판매 지원 및 섬유산업 홍보 ▷직물산업 기반강화 및 구조조정 등을 수행해 왔다.

직물조합이 해산될 경우 대구경북권을 아우르는 중견규모 조합의 첫 해산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부 최무근 부장은 "소규모 조합들이야 생겨나고 없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대구경북권 통합 조합 가운데서는 아직 해산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는 지난해부터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과의 통폐합 등 여러 대안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과거 수차례 통폐합 이야기가 나왔지만 부채 문제로 지지부진했고 앞으로도 통폐합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직물조합원들이 개별로 섬유직물조합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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