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공립대 경쟁력은 교수 사회 변화에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승진 심사를 신청한 전국 41개 국공립대 교수 1천448명 가운데 탈락자가 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보장 심사 탈락자는 605명 가운데 19명이었다. 가장 심한 곳은 경북대로 승진 심사 117명과 정년 보장 심사 73명이 모두 통과했다. 부산대의 132명과 경상대의 80명도 모두 승진 심사와 정년 보장 심사를 통과하는 등 두 개의 심사에서 한 명의 탈락자도 없는 대학이 26곳이었다.

국공립대가 개혁의 무풍지대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사립대가 학과 통폐합을 통한 구조 개혁, 엄격한 교수 정년 및 승진 심사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공립대는 변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국공립대 전임 교원의 26%가 한 편의 논문도 쓰지 않았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승진 심사와 정년 심사에서 탈락자가 거의 없다는 것은 봐주기 심사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한 해의 실적으로만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년 1천 명이 넘는 승진 심사 신청자 가운데 2008년을 제외하면 탈락자가 한 해에 20명이 채 안 된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국공립대 교수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지만, 현재의 국공립대는 서울대 등 몇 곳을 제외하면 대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대학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수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승진, 정년 보장 심사는 엄격해야 한다. 교수의 경쟁력은 곧바로 대학의 경쟁력과 직결한다. 이런 심사를 내부 잣대로 대충 평가한다면 아무리 경쟁력, 세계화를 외쳐봐야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앞서가는 사립대를 탓하기보다는 뼈를 깎는 내실화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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