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정신적 내상으로 신음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최적의 교육 공간이다.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입시 위주 교육과 학교 폭력, 단절된 가족 간의 대화, 각종 폭력'음란물의 범람은 청소년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숲'은 갑갑한 현실 속에서 성마른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치유의 공간이 된다. 이처럼 숲의 심리 치유 능력을 활용한 '산림 교육'이 최근 각종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숲은 치유교육의 최적지
요즘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콘크리트 건물로 직행해 입시 준비에 열을 올리며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방과 후에도 학원으로 곧장 가야 하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일과를 끝내고 귀가할 수 있다. 이런 생활이 365일 반복된다.
부모와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고,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을 통해 폭력'음란물을 무차별적으로 접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감성 교육이나 체험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아이들은 약한 친구들에게 폭력적으로 분풀이하는 경향을 보인다. 갑갑한 현실이 '학교 폭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셈이다.
'난 담배도 피우고, 학교에서 지각도 많이 하고 잠도 많이 자는데다가 공부도 못해.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듯이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해. 숲 속 명상을 통해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깊이 생각했어. 내가 사랑하는 나 자신아 힘내, 항상 난 너를 믿으니까.'(중학생 K군)
'시험, 공부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는데 오히려 지금 집에서 끙끙 앓는 것보다는 이렇게 숲 속에서 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친구들이랑 우정도 더 쌓았고, 많은 것을 배웠어. 이런 나 정말 대단해, 그리고 멋있어!'(중학생 J군)
남부지방산림청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운영 중인 '학교 폭력 예방 어울林(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기 뒤돌아보기 타임머신' 시간을 활용해 스스로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말썽꾸러기'들이 어떻게 이틀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었을까?
정답은 '숲'이라는 천혜의 자연 속에 있다. 느리고 고요한 숲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여유를 주며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숲이 '치유(Healing) 교육'의 최적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산림교육 활성화 추세
산림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이미 산림 및 생태교육이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돼 있다. 독일의 경우 유치원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정규 프로그램에 숲 교육을 채택하고 있다. 땅과 파란 하늘이 칠판이고, 숲 속의 나무와 풀, 온갖 곤충이 친구인 셈이다. 숲 속에서 친구를 때리거나 미워하고 '왕따'시키는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숲이 줄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정서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린다. 공존하는 생태계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산림청도 '숲'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공간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산림청은 지난 7월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한 데 이어 2017년까지 유아 숲 체험원 1천 곳을 조성하는 등 숲 속에 교육 공간을 만들 방침이다.
영남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지방산림청도 지역 학생들의 학교 폭력 예방 및 치유를 위해 경북도 교육청과 경북경찰청, 경북자연환경연수원 등과 손을 잡고 '어울林(림)' '헤아林(림)'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연말까지 8차례 교육을 더 진행하고 실내 강의보다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서로 돕고 어울리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숲 속 올림픽이나 식물'원예치료, 갈등 풀기, 숲속 명상, 학교 폭력 역할극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현재까지 참가 학생들의 만족도가 90%를 넘을 정도로 호응도 높다.
김판석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영남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이 열린 배움터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며 "산림교육 활성화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해 사회의 주역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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