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여중 교실 코앞에 빌라 신축 말썽

여학생들 수업 모습 훤히 보여 학부모들 건축허가 철회 탄원

"여자애들 교실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에 빌라가 들어선다니요. 불안해서 어떻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습니까."

1천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포항여자중학교 맞은편에 다세대주택(빌라) 건립이 추진되면서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 연면적 1천849㎡ 규모의 다세대주택(4층 건물 3개동)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건물이 들어설 부지가 포항여자중학교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교실과도 직선으로 채 30m가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이곳에 4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역시 같은 4층 건물인 학교와 시야를 가려줄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까닭에 학생들의 학습권 및 사생활 보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항여중 김창욱 교장은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나 쉬는시간 자유로운 모습 등이 여과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빌라가 들어서면 결국 24시간 커튼을 쳐놓고 생활해야할 처지"라며 "남학생이라도 불편한 상황인데 민감한 10대 여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최근 건축허가를 내준 북구청을 지탄하는 내용 등의 현수막을 학교 주변에 설치하고, 포항시와 시의회 등에 '다세대주택 허가 철회 및 체육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법 규정을 근거로 허가 철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으며, 해당 현수막을 모두 강제철거해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와 규정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위반사항이 된다"면서 "현수막도 처음 설치할 때부터 학부모 등에게 불법이라고 한 뒤 자진 철거를 유도했다. 일주일의 말미를 준 뒤 어쩔 수 없이 규정에 따라 강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부모회 이창숙 대표는 "북구청은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학교 측과 상의도 한 번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허가를 내주고 문제가 커질 것 같자 규정만을 앞세우는 공무원들의 행태에 실망감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포항시에서 책임을 갖고 토지 소유주나 학생들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토지를 매입해 체육공원 등 공공시설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39년 설립된 포항여중은 현재 학년별 10학급씩 총 30학급에 1천74명이 생활하고 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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