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름 때문에 기업이 망했다?'
대구 성서3차산업단지(옛 삼성상용차 부지)에 들어선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동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입주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동 이름을 변경했지만 이후에도 옛 삼성상용차 부지에 들어선 기업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바꾼 지명도 기업 운을 거스른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돌고 있다.
지명 징크스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성서3차산단에 삼성상용차가 들어설 예정이었다가 도산한 것을 두고 동네 이름(파산동) 탓 논쟁이 불거졌다. 당시 삼성상용차가 들어선 곳은 파산동(巴山里)으로 '파산'이라는 발음이 기업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파산'(破産)과 같았다. 이때 지역 주민들과 기업인들은 동네 이름 때문이라며 변경을 요구했다. 한 기업가는 "과거 삼성상용차 입주로 '1조5천억원 투자, 연간 매출액 2조원'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2000년 12월 삼성상용차가 문을 닫자 동네 이름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대구 달서구청은 2005년 4월 동 명칭을 '호산동'(虎山洞)으로 변경했다.
이후 삼성상용차 부지(64만2천㎡'19만4천 평)에 대기업 STX 계열인 STX메탈 대구공장이 들어섰고, 매출 1조원을 넘는 희성전자와 대구 스타기업인 한국OSG 등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신성장 동력 부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명 약발은 한시적이었다. 2008년 글로벌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디보스와 KTV글로벌, 미리넷솔라가 몰락했고 참테크는 대주주가 바뀌면서 본사를 구미로 옮겼다.
이에 따라 또 한 번 동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파산동에서 호산동으로 바뀌었지만 동 이름에 호랑이를 나타내는 '호'(虎)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기업가는 "예부터 호랑이는 재앙을 몰고 오는 포악한 맹수로 여겨졌다"며 "기업이 많이 들어선 곳의 동 명칭에 호랑이가 들어 있으니 재앙이 닥친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동 이름의 또 따른 이유는 호산동과 인접한 곳에 있는 와룡산이다. 용이 누워있는 모습 때문에 이름 붙여진 와룡산의 용과, 호산동의 호랑이는 12간지에서도 서로 상극으로 나온다.
한 역술전문가는 "연인 사이에서도 띠에 따른 상극을 두고 결혼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지명 역시 상극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신물로 불리는 용과 맹수인 호랑이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호랑이가 기를 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기업가는 "기업이 망한 것이 동 이름 때문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유망 기업들이 갑자기 줄도산한 것을 보면 괜스레 동 이름에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착착 들어서고 있어 지명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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