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북미도서관에 끌리다

전국학교도서관 담당교사 서울모임/ 우리교육

# 도서관 천국, 미국과 캐나다의 공공도서관 기행

# 미국·캐나다 도서관의 주민 친화적 체제와 운영방식 소개

"어느 날, 도서관에 사자가 왔어요." 미셸 누드슨의 '도서관에 간 사자'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곳저곳 도서관을 기웃거리던 사자는 이야기방에서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매일 도서관에 와서 백과사전의 먼지 떨기, 편지 봉투에 침 바르기, 키 작은 아이들을 등에 태워 책꽂이 맨 위 칸의 책을 뽑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등을 하며 이야기 시간을 기다린다. 도서관은 재미있는 곳이며, 규칙만 지키면 누구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이 그림책은 미국의 도서관이 시민에게 얼마나 친근한 곳인지 잘 보여준다.

서울지역 학교도서관 담당교사들의 북미도서관 기행기인 '북미도서관에 끌리다'를 읽었다. 이들은 캐나다와 미국의 공공도서관과 미 의회도서관을 둘러보면서 도서관 체제와 운영방식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캐나다는 새로운 마을을 형성할 때 공원과 체육시설, 그리고 도서관을 넉넉히 세운다고 한다. 주택단지 조성은 그 다음이다. 2011년 기준으로 인구 261만 명인 토론토의 공공도서관은 99개, 그럼에도 2014년 개관을 목표로 도서관 2개를 더 세우고 있다. 104년이 된 요크빌 도서관은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마을의 공공도서관으로 변함없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서비스를 더해가고 있다.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DVD 구매 비중을 계속 늘리는 등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도서관으로 올 수 있도록 궁리를 거듭한다. 토론토 레퍼런스도서관의 1층은 폭넓어진 정보 자원을 이용자가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 공간을 제공하고 상시 직원을 배치하여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 공유 공간으로 활용한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도서관의 공간 구조도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마을도서관과 최신 도서관이 이웃해 공존하고, 그 도서관들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곳이 캐나다이다.

미국 최초의 무료 공공도서관인 보스턴공공도서관은 뉴욕공공도서관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도서관이지만 아기부터 노인까지 두루 이용하고, 연구용이 아닌 일반 도서까지 다양한 목적의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열람실이 별도로 있어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 만한 책들과 게임 도구까지 갖추어 두었으며,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클럽과 카운슬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책과 도서관의 중요성을 알았던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은 1800년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도서관법을 제정하여, 미 의회도서관의 기틀을 만들었다.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하더라도 미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고 할 정도로, 이곳에는 도서, 팸플릿, 도표와 판화, 필사본, 지도 등 무려 460여 개의 언어로 된 1억4천700만 개의 소장품이 있다. 장서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의 17배 정도이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재 사용되고 있는 230여 개의 언어로 된 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이 도서관의 아시아열람실 한국관에는 13세기 목판 자료, 19세기 고서와 문학작품 초고본, 한국전쟁 전후 남북한에서 발행된 신문'잡지 등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북한 관련 자료를 국가정보원보다 더 많이 소장하고 있고, 아무런 제한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역사는 수백 년에 불과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열정과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전 세계의 중요한 정보는 모두 이곳으로 모이고, 이렇게 모인 정보들은 미국의 대내외 정책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도 선진 도서관의 모델을 따라 배우되, 우리만의 독창성을 발전시켜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자 영혼의 성장과 치유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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