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바람 솔솔 부는 계절에 차와 사람에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페달을 밟아 보자. 한국자전거문화포럼이 자전거 문화 캠페인으로 추진한 전국 자전거 '살림길'(Life Way)에 선정된 대구 자전거 길 가운데 강창교~동촌유원지 구간(30㎞)을 자전거 동호회 '스피드 맘' 회원과 동행했다.
◆강바람 맞으며 달린다
금호강 자전거 길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창교에서 동촌유원지까지 이어진다. 강을 세 번이나 왔다갔다 건너게 되는 총 연장 30㎞에 달하는 비교적 먼 거리다. 그러나 표고 차가 거의 없어 자전거 타기에 그만이다. 출발지는 강창교를 건너 다사읍 청어람아파트 앞이다. 오른쪽 금호강을 끼고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잔잔한 강에서는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5분가량 페달을 밟으며 달리자 세천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강변에 조성된 공원에서 50, 60대 중년들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세천다리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유턴해 강을 건넌다. 세천산업단지다. 이제는 금호강을 왼쪽으로 끼고 달린다. 강물이 더 맑다. 강물은 상류로 올라가면서 양이 많아진다.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쪽에는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고 있다.
강변에는 왕버들과 수양버들 나무가 늘어서 있다. 쓰러진 수양버들과 왕버들에 흙이 잔뜩 묻었다. 지난 여름 태풍과 장마의 흔적이다. 자전거 길이 강변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앙증맞게 피어 있다.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세천교와 해랑교 사이 서재습지가 있다. 강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데크 등 시설도 마련해 놓았다.
자전거 길은 지겹지가 않다. 주변 풍경도 그만이지만 지겨울만 하면 반대편에서 주행하는 이들이 인사를 건네오기 때문이다.
팔달교에 이르렀다. 팔달교와 서변대교 사이 건너편 하중도(일명 중지도)엔 16만㎡ 규모의 대규모 코스모스공원이 있다. 코스모스가 만발해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가을을 담으려는 사진 작가들로 붐빈다.
침산교가 가까워지자 가을은 더 깊어진다. 양 옆으로 갈대꽃이 한창이다. 다리가 저려온다. 최영희(57) 회원이 "잠시 쉬었다 가자"고 제안한다. 그곳 잔디 위에서 물을 마시면 잠시 휴식을 취한다. 타이어 공기가 빠진 회원 몇몇은 주위 북구 자전거수리센터에 들러 공기압을 점검하고 보충한다. 헐거워진 나사를 조이는 회원도 있다. 수리센터 윤성배 센터장은 "길이 평탄해 너무 격렬하게 타다 보면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수리하는 사람이 많다"며 "MTB까지 수리가 가능해 하루 100여 대가량 수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침산교 못미처 다시 신천을 건넌다. 강폭이 더 넓다. 건너편 산이 물속에 내려앉았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이달 말쯤이면 단풍이 들 것도 같다.
다시 페달을 밟는다. 공항교에 이르렀다. 다리 주위 텃밭엔 김장 배추와 무가 자라고 있다.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윽고 미관이 뛰어난 사장교(斜張橋)인 동촌 해맞이다리다. 감상할 사이도 없이 투어는 계속된다. 갑자기 철컥철컥 소리가 들려온다. 나선형으로 된 나무다리를 올라 가기 위해 기어를 바꾸는 소리다. 강 너머가 동촌유원지다. 가지고 온 간식을 맛있게 나눠 먹었다.
박미영(53) 씨는 "다소 먼 거리이긴 하지만 평탄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며 "주변 환경이 너무 아름다워 기분좋게 투어를 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리가 저려 돌아오는 길엔 도시철도를 이용했다.
◆'스피드 맘'
"우린, 철저히 자전거 교육을 받은 후 자전거를 탑니다."
서구 자전거교육장(중리동 상리공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주부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40여 명의 회원 중 아직까지 남자 회원은 없다. 연령대는 40~60대, 50대가 주류를 이룬다.
월'수'금요일 모여 자전거를 탄다. 주로 투어하는 곳은 달성보와 칠곡보 등 낙동강과 칠곡 신동재 등 교육장과 가까운 곳. 가끔은 멀리 투어를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제주도로 3박 4일 투어를 다녀왔다. 한라산과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볐다.
김덕교(61) 회장은 "3년을 탔는데 근력이 좋아졌어요. 이제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찌뿌드드할 정도로 몸이 자전거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나계년(60) 씨는 "혈압이 높았는데 자전거를 탄 이후로 정상을 되찾았다. 햇볕을 쬐면 머리도 아프고 싫었는데 이제는 햇볕이 좋아졌다"고 했으며, 정순녀(53) 씨는 "대장암 수술 이후 자전거를 시작했는데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고,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자전거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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