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실도 명품시대] 화장실은 변신 중

지자체들 "화장실 문화가 경쟁력" 단장 안간힘

'진한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하고, 꽃병과 그림 한 점이 눈을 즐겁게 하며, 잔잔한 경음악이 흐르는 공중화장실.' 청결한 화장실에 대한 욕구가 늘고 있다. 공중화장실도 이젠 집안 화장실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고, 계속 머물고 싶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신해야 한다.

◆화장실 문화

유원지, 역이나 터미널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의 수준은 '문화'라고 자신 있게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널브러진 휴지 조각과 담배꽁초, 오물, 악취 등의 단어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공원 화장실 같은 곳은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강한 암모니아 냄새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화장실 문화'를 바꿔 보려는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중화장실은 무엇보다도 '청결'이 최우선 과제다. 지속적인 변신에도 아직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냄새나고 더럽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공중화장실을 사색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아늑한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문화도시, 문화시민의 첫 관문이다.

◆화장실의 변신은 무죄

'화장실 사용 수준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화장실 문화와 에티켓, 환경 등은 외국인의 눈에 우리나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20여 년 전까지 한국의 화장실은 뒷간, 통시, WC, 측간 등으로 불리며 수세식과 재래식 두 종류 뿐이었다. 공중화장실에 '화장실 문화'가 도입된 것은 월드컵 개최 무렵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기 위해 전국적으로 화장실 문화운동이 펼쳐졌다. 세계화장실협회를 창설하는 등 화장실 문화 수준 높이기에 힘썼다. 이를 계기로 '화장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청결함을 내세워 세계 여러 나라의 주목도 받고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

최근 전국적으로 아름다운 화장실이 늘고 있다. '공중화장실은 더럽다'라는 인식을 깨고 청결을 유지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수원시가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반딧불이 화장실'은 월드컵시민문화협의회가 제정한 '아름다운 화장실'에서 첫 대상을 받았다. 1999년에 준공돼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된 명품 화장실이다. 이와 함께 세계 레스토랑 화장실 부분 베스트 10 에서 3위를 차지했었다.

김천시는 화장실이 아름다운 고장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김천시는 1999년부터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에 나섰다. 해마다 '아름다운 화장실'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격년제로 '선진 화장실 문화 정착을 위한 시'수필 등 작품 공모전'도 열고 있다. 전국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에서 상을 받은 공중화장실도 직지문화공원 내 '갓 화장실'과 '쌍무지개 화장실' 등 7곳에 이른다. 지금까지 김천시가 선정, 관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은 200여 곳이다.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으로 쌓은 시민의식은 대규모 체육행사 등을 유치, '스포츠 도시'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부산시도 화장실 문화 운동에 적극적이다. 부산시는 앞으로 발주하는 모든 건축물에 특색에 맞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설치하는 '즐거운 화장실 만들기, 장(粧)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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