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실도 명품시대]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

격조 있는 생활공간, 당당한 '문화운동' 이정표

'인간은 누구나 화장실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 요즘은 '화장실' '토일렛'(toilet) '해우소' 등으로 부르지만, 옛날에는 '똥간' '뒷간' '변소' 등 아주 토속적인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화장실을 저속하고 불결한 공간으로 여겼으나 요즘은 '깨끗한 생활공간' '근심을 풀 수 있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를 다녀왔다. 대형 변기 모습을 한 이색 건축물이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 조성된 야외공원에는 신라와 백제시대의 변기와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이 사용하던 이동식 변기인 매화틀을 비롯해 제주의 '통시' 등 1950, 60년대 화장실 모습도 전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화장실을 주제로 한 '화장실 문화공원'이다.

해우재는 사찰에서 화장실을 부를 때 '해우소'라 말한 것처럼 해우(解憂), 즉 '근심을 푸는 집'이란 뜻이다. 해우재를 만든 주인공은 수원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심재덕 전 의원이다. 심 전 의원은 월드컵축구 유치 운동을 벌이던 1996년부터 화장실 문화 개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심 전 의원은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설하고, 2007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하는 등 화장실 문화의 선구자가 됐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국내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해우재는 2007년 11월 개관했다. 심 전 의원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해 30여 년간 자신이 살던 집을 헐고 변기 모양으로 새롭게 건축해 '해우재'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으로 불리며 깨끗하고 멋있는 화장실 보급에 앞장섰다. 그래서 해우재는 영어로 'Mr. Toilet House'로 불린다. 2009년 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은 그의 뜻을 따라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증해 전시관으로 꾸몄다.

◆화장실 문화운동의 메카, 수원

수원시는 1997년부터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벌여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등 '세계 화장실 문화의 성지'로 평가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아름다운 화장실' '가고 싶은 화장실' 등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반딧불이 화장실'과 '화성행궁 화장실',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축구공 모양의 화장실 등 특이한 모습의 공중화장실을 만들어 냈다.

수원시는 해우재 주변을 개발해 전시'체험'교육 기능을 갖춘 '화장실 문화 테마공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화장실을 공부하기 위해 '해우재'를 찾는 국내외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7일에는 말레이시아 총리실 국장급 4명이 찾아와 공중화장실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말레이시아 주요 TV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사 취재단 26명이 해우재를 방문한 뒤 수원시의 아름다운 화장실 정책 등을 취재했다. 3월에는 일본 화장실연구소 일행이 블로그 기자단 20여 명과 함께 해우재를 찾았다.

지난해는 터키 얄로바시, 중국 지난시, 미국 산호세시, 일본 아사히카와시, 캄보디아 시엠립시 등의 공무원들이 방문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공무원, 동북아 저탄소 녹색 도시 컨퍼런스 팀, 가나안 세계지도자연수단 등도 이곳을 견학했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본받자'며 정부 관계자가 2006년부터 3차례나 '해우재'를 벤치마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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