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힘은 활자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렬하다. 유튜브 동영상 한편으로 가수 싸이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대스타가 되었고, 잘 만든 영화 한 편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작년에 개봉됐던 영화 '도가니'는 그보다 두 해 앞서서 책으로 출간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책으로 출간된 당시보다 영화로 개봉된 후에 그 힘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고, 그 당시 사건 연루자들을 다시 재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외에도 스포츠와 관련된 몇 편의 영화들로 인해 비인기 종목에 체육계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고, 이보다 앞서 20여 년 전에 개봉된 '서편제'란 영화 한 편이 침체됐던 국악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한 영화의 힘은 다른 문화를 알리거나 성장시키는 견인차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사회적 파급효과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모 방송사 개국 기념으로 방영한 모래시계란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는 한국판 느와르로 특히 남성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며 당시로서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드라마 내에서 보여준 폭력의 미화와 폭력배의 영웅화로 인해 실제로 한때 소탕되었던 조직폭력배들이 재건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조폭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가 되어왔다.
가끔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다. 갈 때마다 우리 가족은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를 고민한다. 어른들이 관람할 영화는 아이들이 입장하기가 힘들고, 정작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웅영화(배트맨, 스파이더맨 등)는 필요 이상의 무자비한 폭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영화를 관람이라도 할 때면 관람 내내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인가?' 라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지난 7월에 미국의 한 극장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총격사건을 비롯해서 영화의 모방범죄들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는 영상매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흡입력이 있고 또한 감성이 예민한 세대들이 쉽게 따라하는 모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종합대중예술이다. 예술작품이란 시각으로 볼 때 그것이 반드시 교훈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클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예술장르가 1천만 관객과 마주하겠는가? 힘이 커지고 대표적인 문화의 주류가 된 만큼 사회적 책임의식 또한 커져야 할 것이다. 도가 지나친 잔인함과 맹목적인 폭력을 불편해하는 다수의 관객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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