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 홍철 위원장

'모든 것 가진' 중앙이 '가진 것 없는'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

"지역정책은 꾸준하게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5년 만에 성과를 낼 수가 없다. 다음 정부에서 또 (지역정책을) 새롭게 한다면 매번 원점에서 맴돌게 된다. 우리(지역발전위원회)의 역할은 다음 정부에서 지역정책을 일관성 있게 해나갈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어갈 것은 이어갈 수 있도록 넘겨주는 것이다."

홍철(67)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에 접어든 지난해 3월 취임, 1년 7개월여 기간 이 정부의 지역정책을 총괄해왔다.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방 살리기와 지역정책의 윤곽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역공약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에 홍 위원장은 "지금은 과거처럼 대형국책사업을 통해 지역문제를 풀겠다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개발연대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세종시와 혁신도시 조성을 통한 지방발전전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제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지방인재를 양성하고 문화적 혜택을 줄 것인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방분권 시대로 가고 있는 만큼 지역 스스로 특성화하고 자치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부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입지선정은 다음 정부에서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주말이면 문경에 내려간다. 포항이 고향인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경북을 떠나지 않겠다며 문경에 거처를 잡았다.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 못 읽은 책도 읽고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취임하는 바람에 소신껏 지역정책을 추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정부의 지역정책 브랜드는 '5+2 광역경제권'인데 광역경제권은 세계적 추세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잘 잡았다.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어떤 콘텐츠를 갖출 것인가 하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광역경제권에는 큰 도시와 작은 도시, 농촌 등 많은 단위들이 있다. 그것들을 특성화시켜서 인근 도시와 연계협력시켜, 같이 발전시켜 나가야 광역경제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구경북 경제권에서는 교육과 의료 문화 등에 강점이 있는 대구와 구미가 갖고 있는 IT 등 산업역량, 경산의 대학 특성을 확고하게 하면서 서로 손을 잡고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이 정부가 그 다음 단계로 나가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예산을 강하게 뒷받침해서 밀어줘야 하고 우리는 도시들 간 연계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 간 연계협력을 위한 상생포럼을 만들었다. 권역별로 산업 등 특성화된 부분들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좋은지 정리하고 있다."

-이 정부의 지역정책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참여정부 때 적극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지난 정부의 지역정책 핵심은 수도권에 있는 것을 빼서 지방에 주는 것이었다.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들어 147개 공공기관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분산정책은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프랑스도 '이거 안 되겠다'고 해서 대도시 육성으로 방향을 돌렸다. 분산정책은 갈등도 많이 일으킨다. 또 분산이 되면 특정지역은 약간 빛을 보지만 지방 전체에 대한 파급 효과는 미미하다. 그래서 세계적 추세인 광역경제권을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 시작은 제대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니까 국민들이 '이게 뭐냐'고 하고 있다. 5년 내에 지역정책이 성과를 낼 수는 없지 않으냐. 다음 정부까지 밀고 나가서 특성화와 연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정부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지역정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이 정부의 대표적인 지역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강이나 낙동강은 4대강 사업 이전에 문제가 많았지 않은가. 4대강 사업이 홍수 방지에 크게 기여했고 수질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속 지류와 지천을 정화해나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공(功)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게 봐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선 후보들의 지역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대선의 이슈는 경제민주화다. 지역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고 있다. 지역문제를 보는 분명한 시각은 대형 국책사업으로 지역을 풀겠다는 후보들의 생각이 먹혀들지 않는 그런 시대가 됐다. 세종시나 혁신도시, 신도시를 만드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지역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것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지방에도 구석구석 큰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거기에 무엇을 채워넣느냐가 관심사인데 그것은 대형공약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지역 스스로 찾아야 한다."

-시대가 지방분권 시대인데 지방은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지방은 가진 것이 없고 중앙이 모든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이 가진 것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 그것이 지방분권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이 '돈', 즉 지방재정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세금을 걷더라도 꼬리표를 달지 않고 내려 보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1차적 과제다.

특히 요즘 복지재원 감당하느라고 지방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복지문제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확보하고 지방에는 집행권을 넘겨줘야 한다. 매칭펀드를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지방사업을 지방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분권교부세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방마다 무엇을 특성화할지는 지방이 제일 잘 안다. 다음 대통령은 재정 분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 분권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지자체장이 서울에 오는 것은 다 돈(예산) 따러 오는 것 아니냐. 지방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돈을 준다고 호화 청사 짓고 경전철 건설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발전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의 여건이 타지역에 비해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 스스로 얼마나 발전 역량을 키워나가고 찾아내느냐 하는 그런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인근 지역과 힘을 합치고 손을 잡는 것이다.

대구는 인근의 구미와 잘 보완한다면 윈윈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라고 할 수 있는 울산과도 손을 잡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화학 등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경주와 영천까지 세력권을 넓히고 있다. 울산은 인력과 R&D가 필요하다. 대구에는 풍부하다. 그런데 울산과는 가까우면서도 고속도로가 제대로 없어 왕래가 불편하다. 대구에서 울산으로 바로 가는 고속도로를 만들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대구의 잠재력과 울산의 성장 잠재력이 합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지금껏 포항과 협력을 얘기해왔는데 항만시대는 끝났다. 이제 공항시대다. 우리가 신공항을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신공항을 두고 영남권이 싸우고 있다. 해법은 없는가.

"우리나라의 허브공항은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상해 푸둥공항이나 도쿄 나리타 등과 경쟁하고 있지만 동북아 1위다. 영남권에 거점공항이 하나 필요하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산이나 대구, 울산이 다 인정하고 있다. 입지 갖고 싸우고 있는데 입지는 설령 경제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치가 개입하면 안 된다. 대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입지는 다음 정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공항 같은 국책사업은 국가가 주도한다. 대구나 부산경남이 동의해야 추진하는 일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 자꾸 정치가 끼어들면서 여론을 선동하고 난리가 벌어진다.

이 정부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안 하겠다고 했지만 경제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재조사해야 한다. 돈을 들이고 시간도 1년이든 2년이든 공개적으로 재검토해서 다음 정부에서는 결론을 내야 한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할 때 대형 국책사업들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

"영종도 공항과 경부고속철도 등 다 청와대에 근무하던 1989년 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23년 전에 구상한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에 대해서는 그때도 경제성에 대해 말이 많았다.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 봐라. KTX에 대해 경제성을 따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심지어 여수까지 가고 평창에도 (KTX) 놓자고 하지 않느냐. 그때 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고속철도에 있어서 후진국 중에 후진국이 될 뻔했다. 인천공항도 그때 동북아 중심공항 만들자며 건설했다.

SOC 등 대형 국책사업은 앞을 내다보면서 확실한 비전과 논리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발전전략의 기본이다."

-오랫동안 맡았던 대구경북연구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대구경북연구원이다. 제 역할을 못한다면 분리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은 그런 갈등을 겪다가 결국 광주와 전남이 분리됐다. 대구와 경북도를 통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시도의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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