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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를 보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7일 오후 11시

1920년 아일랜드. 데미언과 테디는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는 형제다. 테디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아일랜드 공화국군 유격대 지휘관인 반면, 데미언은 그런 싸움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영국으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출발 직전 친구가 총살당하는 장면과 영국군의 횡포를 목격한 뒤 마음을 바꿔 테디와 함께 독립전쟁에 참여한다. 공화국군이 총기를 탈취해 보조병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지역 지주가 자신의 하인이자 공화국군의 일원인 크리스를 협박해 공화국군 정보를 영국군에게 넘긴다.

이로 인해 테디가 속한 여단 전체가 체포된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군인 조니의 도움으로 결국 병사들은 모두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크리스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데미언은 죽마고우 크리스를 사살하고 만다. 그 이후로도 격렬한 싸움이 이어지던 중 영국과 아일랜드 간에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분열된 아일랜드는 영연방 자치령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두고 공화국군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훗날 더 큰 일을 도모하더라도 협정에 순응하자는 정규군과 당장 아일랜드를 통일해 자치 국가를 이루자는 공화국군으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해진 가운데 테디는 전자, 데미언은 후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 내전이 발발하고, 데미언은 아일랜드 정규군의 무기를 탈취하고자 기습 공격에 나섰다가 포로가 되고 만다. 테디는 데미언에게 공화국군이 무기를 숨겨둔 곳만 알려주면 사형을 면케 해주겠다고 설득하지만 데미언은 강경히 거부한다.

사회주의적 성향을 짙게 보여온 감독 켄 로치의 성향은 이번 작품에도 녹아 있다. 그는 단순히 아일랜드 역사가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로치의 시각은 영화 속에서 재산법을 바꿔 더 평등한 국가를 세우자는 데미언의 주장을 통해 재연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으로 인한 비극성은 주인공인 두 형제가 영화 중반과 마지막에 각기 실행한 처형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러닝타임 127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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