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돈끼호테는 행동했고, 세르반떼스는 글을 썼다

세르반떼스 지음/민용태 옮김/창비 펴냄

♪아침 햇살 빛난다 정의에 찬 기사여! 돈 끼호테!♪

문학이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작품이나 그 주인공들은 시공을 초월해 인류사에 회자되며,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스페인 문학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테다. 인류사에 엉뚱하고 기발하며 무모할 정도로 용기백배한 기사를 남긴 것이다. 이 돈 끼호테는 전 세계에 '엉뚱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 출판사 창비에서 불후의 걸작이자 불멸의 인간형 '돈 끼호테'를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펴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완역 결정판으로 홍보하고 있다. 세계문학 전집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리고 원전을 완역했기 때문에 '돈키호테'가 아닌 '돈 끼호떼'로 제목을 표시했으며, 작가 역시 '세르반테스'가 아닌 '세르반떼스'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외대 서반아어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스페인 정통파 민용태 고려대 서어서문과 명예교수가 번역을 담당했기에 세계문학의 진수인 '돈 끼호테'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를 봐야 한다. 미겔 데 세르반떼스(이 책의 표기에 따름)는 돈 끼호떼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주인공이다. 1571년 터키군에 대항한 레빤또 해전에서 왼팔을 잃는 부상을 당했으며, 1575년 형 로드리고와 함께 터키 해적들에게 잡혀 알제리에서 포로생활을 했다. 다섯 번이나 탈옥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노예로 팔려가기 직전인 1580년 종교단체의 보상금 지원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1587년부터는 무적함대 지원병참 참모로 일했는데, 1597년 공금횡령죄로 수감됐다. 이때부터 '돈 끼호떼'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605년 마침내 마드리드에서 '돈 끼호떼 1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1615년에 '돈 끼호떼 2권'을 펴냈다. 놀라운 일은 세르반떼스가 죽고 나서도 발생했다. 1616년 4월 22일 마드리드 중심가 작은 집에서 향년 6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으나, 아직도 그의 유해나 무덤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해법으로 자연과 세계가 걸어놓은 불가항력의 마법 풀기에 나선 여정이 바로 주인공 돈 끼호테의 모험이다. 이 돈 끼호떼는 행동했고, 세르반떼스는 글을 썼다. 둘은 한몸인 셈이다. 돈끼호떼의 명언을 다시 한 번 새겨보자. "미쳐서 살고 정신 들어 죽다."

887쪽(1권), 795쪽(2권). 각 1만7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