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외롭고 소외된 곳을 찾아 국악봉사를 할 수 있어 매우 좋아요. 공연을 하다 보니 알콩달콩 가족애도 피어나요."
대구에 일가족 4명이 15년 동안 함께 국악 공연봉사를 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아빠 권영문(56), 엄마 조태연(53), 딸 미희(27), 아들 홍철(25) 씨다. 이들은 매달 군부대, 양로원, 복지관 등 5회 이상 방문해 각설이, 민요, 전통춤이 어우러진 국악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일가족 4명은 각기 국악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고 역할도 다르다. 4급 지체장애인 아빠는 각설이 창극으로 전국적 활동을 하고, 엄마는 한국무용을 배워 전통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 남도민요, 가야금산조를 전수받은 딸은 대구예술대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한 뒤 전국 무대에서 퓨전 국악가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아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고수를 배워 활약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자녀 때문에 국악봉사를 하게 됐어요. 딸과 아들이 어릴 적부터 판소리 봉사를 시작하면서 딸을 뒷바라지하던 엄마가 한국무용을 익혀 봉사를 했고 아빠도 뒤질세라 덩달아 자식들 봉사에 합류했지요."
이들 가족은 체계적인 공연을 위해 2003년 아리솔예술봉사단을 조직했다. 공연 스케줄이 잡히면 보통 한 달 전부터 집에 마련된 작은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춘다. 모든 공연 프로그램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공연에 나서면 오프닝 행사로 딸이 민요로 분위기를 띄우고 아빠는 음향을 맡는다. 공연은 개인, 듀엣, 단체공연으로 짜여진다. 소품'의상은 엄마의 몫이다. 가족끼리 공연을 하다 보니 비용을 아끼려 엄마가 직접 소품과 의상을 만들고 있는 것.
이들 가족은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공연활동도 왕성하다. 전체 공연이 2007년 137회, 2010년 140회, 올해만도 공연 120회를 넘겼다. 해외 공연도 일본, 중국, 미얀마, 태국 등지에 10여 차례 다녀왔다. 지난달 추석을 전후해 세계유네스코협회와 세계문화교류협회 초청으로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쓰나미 주간 위문공연을 갔다오기도 했다.
"지난해 쓰나미로 고통받는 이와타현 이재민들에 대한 위로공연이 있었어요. 아들은 고수 장단을 맡았고 딸이 가야금을 치면서 아리랑을 불렀는데 교포는 물론 일본인들까지 국악 선율에 젖어 눈물을 흘리더군요."
이들은 국악봉사를 하면서 가족애도 깊어만간다고 자랑했다. 딸 미희 씨는 "또래 친구들은 가족끼리 소통이 적다고 하는데 우린 국악공연을 위해 가족회의를 하다 보면 구성원 간 대화가 많아 소통이 잘 돼 좋다"고 했다. 아들 홍철 씨는 "가족 간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줘 서로 발전의 계기가 된다"고 했다. 아빠와 엄마는 구성원 각자가 지닌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 가족은 앞으로 대구를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통문화 알리기 국악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대구시가 외국인 관광객 시티투어에 국악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 가족봉사단은 이달 25일 청도 효사랑실버센터에서 열리는 노인 생일잔치에서도 국악공연봉사를 할 예정이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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