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브리지 그란타 본사. 25일 오전 신원 확인을 거치고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섬유 조각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material wall'이라 불리는 이 벽에서 세계의 섬유 소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섬유에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찍자 '재규어 자동차 소재, 운전석 옆문' 등 섬유 이력이 나타났다.
동행한 그란타 이원복 한국지사 연구소장은 "그란타는 섬유소재 정보를 DB로 구축하고 일종의 섬유 정보를 사고 파는 기업"이라며 "전 세계 섬유소재 정보가 그란타에 저장돼 있고 기업들은 자기들 제품에 어떤 섬유가 최적합한지를 그란타를 통해 최단 기간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1994년 설립된 그란타는 110명의 화학자와 엔지니어가 근무하면서 자동차, 제트엔진 등 공업 제품에서부터 인슐린 주사기 등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섬유소재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800여 곳의 세계 유수 대학과 연계해 소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섬유소재 벽 맞은편 투명한 유리벽 너머에는 직원들이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한 직원은 막 작성한 붙임 종이를 벽에다 붙였다. 벽면에는 형형색색의 메모지가 빼곡했다. 그는 "이 벽은 일명 '불만 벽'이라며 일을 하다 그때그때 불편한 점 등 건의 사항을 적어 놓으면 회사가 바로 수용하거나 문제점을 고친다"고 했다.
스티브 부사장은 "직원들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성이 그란타를 세계적인 섬유소재 뱅크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DYETEC(다이텍, 옛 한국염색기술연구소)이 선진 섬유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이텍은 최근 그란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이텍도 그란타처럼 섬유소재 뱅크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다이텍은 최근 지식경제부의 섬유솔루션 사업을 따 소재 뱅크 사업에 속도를 붙였다. 정부 출연기관이 아닌데도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는 처음이다.
다이텍 이도현 전략기획실장은 "업무협약을 통해 그란타는 다이텍의 섬유 정보를 사용하고 다이텍은 그란타의 검색 엔진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다이텍은 그란타와 업무협조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 한국의 섬유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구축할 수 없는 신소재 적용 장비를 설치하고 기존 구축된 인프라를 적극 활용, 기업의 제품 생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종 물성 데이터 및 연구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해 중소기업에게 정보를 지원하는 한편 특성화고 연계 교육 과정도 개설, 양성 인력을 중소기업에 지원한다.
다이텍은 섬유소재종합솔루션센터 구축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에 물성 DB를 제공하게 되면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개발의 리드타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적합한 소재를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찾아 볼 수 있게 돼 불필요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기 다이텍 원장은 "센터 구축으로 연구 개발 소요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개발의 리드타임을 단축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는 2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중소기업 성장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텍은 염색'가공 분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섬유업계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1997년 대구 서구 평리동에 설립됐다. 지난해 다이텍으로 이름을 바꾼 뒤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국 7개 연구기관 중 지식경제부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캠브리지에서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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