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사람들에게는 다소 귀찮은(?) 계절이 됐다. 지난주부터 겨울 별미인 과메기가 출하되면서 전국의 친지들에게서 개인적인 주문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미 여러 곳에서 과메기 맛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아 놓았음은 물론이다. 과메기를 보내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포항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청탁 아닌 청탁'을 받아보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상대방에게 성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과메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과메기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포항 인근이나 대구에서만 유통되곤 했다. 그때만 해도 과메기의 모양이 좀 흉칙스럽게 보이고 비위생적으로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술자리에서 아예 과메기는 놔두고 다른 안주만 뒤적거리는 술꾼들도 적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긴 과메기를 미역에 둘둘 말아 한 입 가득 넣으면 동석한 남성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풍경도 연출되기도 했다. 남자들도 먹기 징그러운 음식을 여성이 용감하게 먹은 데 대한 감탄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별미가 되는 바람에 그런 선입견은 사라졌다.
과메기의 위상이 이만큼 올라간 것은 전적으로 포항시와 구룡포 과메기사업조합의 노력 덕분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전 기사철을 뒤져보면 포항시와 과메기조합이 엄청난 홍보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국회의사당 앞, 서울 길거리, 각종 행사장, 이명박 대통령 생가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시식회를 갖고 겨울러브투어, 과메기축제 같은 이벤트를 통해 과메기의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이다. 지자체의 특산물 홍보전략이 큰 성공을 거둔 모범사례다.
올해부터 과메기 시식회는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만큼 알려졌는데 이제 시식회는 무의미해졌으며, 홍보 비용은 판촉비로 쓰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과메기의 판매 전략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구룡포 과메기조합은 지난해 700억원을 팔았는데 올해는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11월 17, 18일 이틀 동안 구룡포에서 과메기축제까지 열린다고 하니 바야흐로 과메기의 계절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과메기가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친지들의 자그마한 부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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