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명성 회복 벼르는 포항 송도 해수욕장

2016년까지 국비 380억 들여 연안정비사업 새 희망

"여름이면 바닷물 색깔보다 사람 살색이 더 많이 보였지.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혀 집에 찾아가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믿을지 몰라."

박중웅(67) 씨는 "지금의 송도해수욕장을 보면 그 북적이던 옛날 일이 꿈같다"고 말한다. 박 씨는 1961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포항 송도해수욕장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곳도 송도해수욕장의 바로 옆 동네인 동빈동이다.

박 씨는 "먹고사는 게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여름철 송도해수욕장은 항상 활기가 넘쳤다. 그 시절, 그 많던 이웃들은 살길을 찾아 다 떠나고 이제는 늙은 나만 남았다"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1960,70년대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경북지역 해수욕장 중 단연 최고의 휴양지였다.

◆남한 최고의 해수욕장

'북한에 원산(송도원)해수욕장이 있다면 남한에는 포항 송도해수욕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우리나라 해수욕장 중에서도 으뜸 순위를 놓치지 않았을 정도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포항시에 따르면 1970년대 매년 평균 12만 명 정도가 송도해수욕장을 찾았다고 전한다. 당시 대구'경북의 총 인구가 300만 명을 약간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인구의 약 4% 정도가 매년 송도해수욕장에서 휴가를 보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당시 송도해수욕장의 인기는 시외버스 노선 자체를 바꿀 정도로 대단했다. 1982년까지 대구 등 외지에서 오는 시외버스는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포항시 남구 상도동)을 거친 뒤 다시 시내 도로를 20여 분간 가로질러 송도해수욕장에 종착했다.

마을 주민들은 "어떨 때는 아예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는 사람이 없어 대구-송도해수욕장을 직행한 적도 많았다"면서 "지금 그 유명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송도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였다. 그때는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무조건 송도해수욕장을 떠올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전성기를 누리던 송도해수욕장의 인기는 그러나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1968년부터 서서히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해 포스코가 들어서고 바다가 매립되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시나브로 백사장이 사라져가고 있었던 탓이다. 특히 결정적인 사건은 1978년 닥친 폭풍해일. 높은 파도로 인해 폭 70여m를 자랑하던 송도해수욕장의 새하얀 백사장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후 1979년 형산강의 갯벌을 끌어다 유실된 백사장 13만㎡를 채웠으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몇십 년간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던 갯벌은 고약한 악취와 함께 피부병을 유발했고 이마저도 한번 높아진 해수면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어 갔다. 덩달아 관광객들도 조금씩 줄어들어 처음 12만 명 정도였던 관광객은 1997년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수욕장으로 변화했다. 결국 송도해수욕장은 2007년 영업 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잠정 휴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성기 때 50~60명을 육박하던 상인들도 모두 떠나고 송도해수욕장과 맞닿은 곳에 남아있는 상가는 현재 겨우 10여 채가 전부다.

송도해수욕장에서 1977년부터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병선(59) 씨는 "한창때는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렸을 정도인데 1998년 이후에는 하루에 1명의 손님도 없던 적도 있었다"면서 "과거에는 해변을 따라 200~300m가 모두 식당 등 상가였으며 한 곳도 장사가 안 된 곳이 없었다. 이제는 망가진 빈집만 남아 우범지대로 전락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활의 날갯짓

이런 송도해수욕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3년 정부는 이곳을 국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나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1990년 경북도와 포항시도 시민 유원지 조성 등 도시계획을 검토했지만 같은 결과만 되풀이됐다. 대신 2006년부터 각종 용역을 통해 백사장 복원을 위한 실시설계가 진행돼 2015년까지 국비 380억원을 들인 연안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변 환경정비와 아울러 송도해수욕장의 특색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즘처럼 해수욕장이 난립한 상황에서 도심 속의 송도해수욕장은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해운대나 인근 북부해수욕장과도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문화'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동대학교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 구자문 소장(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은 "동해안에는 고래불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해 이들과 경쟁하려 해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면서 "솔직히 과거의 명사십리로서의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도해수욕장도 주변의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도시에서 새로운 위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현재 심리적으로 시민들이 송도해수욕장에 갖는 거부감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렵다. 포장마차와 야시장, 포스코 야경 등 차별화된 밤 문화를 만들거나 새로운 즐길 거리를 개발해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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