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시계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단일화의 키를 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시기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는 점에서 가장 진전된 언급이라는 해석이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30일 캠프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안 후보가 전날(29일) 전체회의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내달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으니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이날 오전 "이제 (단일화에 대해) 좀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공식 제안을 한데 이어 민주당 우상호 공보단장이 "대선 후보 등록(11월 25, 26일) 전 단일화를 하려면 11월 중순까지는 단일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언제까지 협상을 늦출 건지 안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묻겠다"는 말에 대한 응답이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공식 제안으로 압박해오는 문 후보 측에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한 역공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내달 10일 이전까지는 일체의 단일화 협상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다른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대선 정책공약집 발표를 내달 10일로 못박았는데, 자꾸 단일화 문제가 이슈가 된다면 정책 발표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일화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선 후보 등록을 보름 앞둔 시점에서 하겠다는 것에 대해 유권자들은 갈수록 지쳐간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수락에 따라 단일화 방식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후보 등록 시기에 임박해서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모바일 경선 등 국민참여경선 같은 방식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후보 간 담판이나 여론조사가 유일한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 후보 캠프 내에선 시간이 지나면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 자연스럽게 단일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 기류가 지배적이다.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이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단일화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씀 못 드린다. 다만 새 정치, 새 미래로 가는 희망이 중심적인 위치를 가질 때 본선 경쟁력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단일화 후보론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안 후보 캠프 내에선 '꼭 단일화를 해야 하나'라는 다른 입장도 상존하고 있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안 후보 중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기류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분간 두 후보 간 단일화는 '벼랑 끝 싸움'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까지 양자 대결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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