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야 할로넨은 2000년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첫 임기 중 88%의 높은 지지율을 얻은 그는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하면서 정파에 휩쓸리지 않는 국정 운영으로 핀란드를 국가 청렴도 세계 1위, 국가 경쟁력 1위, 환경지수 1위에 빛나는 나라로 만들었다. 핀란드 국민은 그가 진실하고 탁월한 지도자일 뿐 아니라 사우나를 즐기면서 격의 없이 소통하는 서민적 인물이라며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아일랜드의 여성 대통령인 메리 로빈슨과 메리 매컬리스도 할로넨처럼 훌륭한 지도자들이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아일랜드에서 여성 대통령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별 성 평등 순위에서 아이슬란드는 1위, 핀란드는 2위, 아일랜드는 5위였다.
성 평등의 사회적 배경에 의해 두각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정치 명문가 출신이라는 이점 때문에 대통령이 된 여성들도 적지 않다.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전 대통령,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등이 그렇다. 이들은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부모나 남편의 후광을 업고 대통령이 되었으며 좋은 지도자로 평가받거나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역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었다는 점에서 후자의 유형에 속한다. 그는 정치에 10년 이상 몸담으면서 독자적인 지도력도 쌓았다. 그런 박 후보가 최근 여성 대통령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일반 여성과는 다른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살았으며 온화하고 부드러운 여성적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박 후보가 여성 대통령만큼 큰 정치 쇄신은 없다고 한 말도 무리하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성 평등 순위에서 108위에 그칠 만큼 여성의 지위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적지 않지만, 누가 되든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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