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멜이라고 하는 것- 장종권

제주 사람들은 멸치를 멜이라고 한다. 제주산 멸치라며 멜 한 통이 날라왔다.

멸치는 우리와 대단히 친근한 이웃이다. 턱에는 가느다란 이빨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으면서도 입꼬리가 눈 밑까지 파고든 주둥이는 뭉툭해서 편안하기까지 하다. 세계의 바다 전역에 퍼져 살고 있으나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며 너무 차거나 뜨거운 바다는 싫어한다. 이들을 만약 먹이사슬에서 떼어내게 되면 세상은 끝일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멸치는 날로 먹지만 최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강한 맛으로 인해 음식에 풍미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해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도 있다. 멸치는 신경계통에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는 도모익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사람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기도 한다. 통풍을 유발하는 고함량의 요산도 들어있다.

누가 멜이라는 이름의 제주 산 멸치를 보냈다. 우리는 메일을 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우연이라 생각하면 삶으로부터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우연 속에도 필연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그로부터 무엇인가 의미를 끌어낼 때, 그 속에 시가 있게 됩니다.

멸치와 메일이 둘 다 '멜'로 불린다는 것을 우연한 일치로 보고 웃고 지나가면 그것은 농담이 됩니다. 그로부터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것이라는 양면성을 무슨 필연처럼 읽어낼 때, 그때 우리는 시 속에 있는 것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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