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야구장 관중의 아쉬운 질서 의식

지난달 24일 전국 야구팬들의 이목이 대구에 집중됐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꺾은 SK 와이번스가 올해 챔피언 자리를 두고 뜨거운 승부를 벌이는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아들과 함께 응원을 폈다.

그만큼 대구야구장도 관중으로 가득 찼으며, 개막 행사 등으로 축제의 장과 같았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짝짝이, 막대풍선 등으로 응원하는 관중들의 열기는 대구를 야구도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관중들의 질서 의식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야구를 관람하면서 먹은 각종 음식물, 빈병, 생수병, 비닐봉지, 담배꽁초 등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의자 밑 구석진 곳에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경기를 마친 후에는 그야말로 스탠드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대구야구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체육시설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발생한 쓰레기의 양이 15t 정도가 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관중석을 청소하는 데 16명이 밤을 새워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요즘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보고 즐기는 그런 곳은 아니다. 온 가족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면서 먹고 마시며 함께 즐기는 복합레저문화의 중심이 돼 가고 있다. 그만큼 한 단계 성숙된 관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때다. 특히 대구는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최근의 전국체전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질서 의식과 자원봉사 정신, 응원문화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구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에게는 나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격려해 주었고,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 등을 스스로 치우고 일사불란한 출입 등으로 아주 모범적인 선진 시민 의식을 연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탠 것이 거리의 붉은 악마였다. 주요 도시마다 시민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서 한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퍼레이드를 벌였고 경기 후에는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감동의 모습을 보여 줬다. 또 얼마 전 이란에서 벌어진 이란과 한국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인 응원단이 경기가 끝난 후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이 이란 언론에 조명돼 찬사를 받은 적도 있다.

앞의 이벤트에서 보여 준 대구시민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뜨거운 야구 관심과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야구팬의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성숙한 야구관람 질서 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0년부터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통산 6번째 왕좌를 노리는 만큼 야구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그에 걸맞은 대구시민의 질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야구 명문 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좀 더 성숙한 시민 질서 의식 정착을 기대해 본다.

채홍호/대구시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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