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내려도 여행업계는 '울상'…불경기에 해외여행 특수 없어

"환율이 내리면 뭐합니까. 비수기인데다가 지갑이 안 열리는데…."

환율이 1천1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 효과를 기대했던 지역 여행업계 등은 '특수'(特需)가 없다며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환율 하락이라는 호재에도 해외여행객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천77원이던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천95원(지난달 29일 기준)까지 떨어졌지만 1년 사이 해외여행객은 답보 상태다. 기본적으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다 특히 달러를 쓰는 영미권의 경우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여행객 증가 폭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하와이 등 영미권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신혼부부 정도가 수혜자가 되겠지만 경기 불황 여파가 더 크다"며 "경기 불황 심화로 여행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어 환율로 인한 업계 특수를 체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대용 대한항공 대구지점장은 "환율이 오르면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당장 여행객이 크게 늘어나진 않는다"며 "오히려 불황이 거듭되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으며 대선을 앞두고 있어 관급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유학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 종로유학원 오지석 팀장은 "환율 변동이 워낙 심해 환율 하락세만 보고 어학연수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호주로 유학을 가려던 사람들이 미국, 캐나다로 행선지를 변경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 등은 환율 하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환율이 1천77원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9월 해외여행객 수는 101만3천 명으로 같은 해 7, 8월 125만 명 안팎보다 20만 명 이상 적었다. 오히려 성수기로 꼽히는 휴가철이나 방학기간에 여행업계가 특수를 누린 셈이다. 올 들어서도 매달 100만 명 안팎이 해외로 나가다가 8월에만 13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율 상승기나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을 경우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한 내국인 수는 2007년 1천333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진 이후인 2009년 949만 명으로 급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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