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대국민 사기다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 경쟁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저마다 당장 복지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면서도 그에 필요한 재원은 얼마나 되는지, 그것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의 전형이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우리 국민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 중 하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참으로 불행한 국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 재원은 세금이다. 정부의 지출 합리화를 포함한 세출 조정 같은 제한적 조치로는 복지 재원 마련은 어림도 없다. 결국 세 후보의 복지 공약을 시행하려면 대폭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31일 강봉균 재정포럼대표는 이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상기시켰다. 그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을 시행하려면 박 후보는 지금보다 연간 8조 원(5년간 40조 원), 문 후보는 연간 24조 5천억 원(5년간 122조 5천 억 원)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했다.

각 후보가 이런 분명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는 순간 표는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무서워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은 대(對)국민 사기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중우(衆愚)정치로 타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 기로에 서 있다.

선진국보다 크게 부족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런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할 자신과 능력이 없다면 지도자의 꿈은 접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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