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 저작권(중)

공연단체와 예술인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 이뤄져야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말하는 저작권 관련 조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비슷한 개념인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완전히 다른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역시 어려운 개념이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그 말이 그 말처럼 보일 정도로 별로 익숙하지 않은 말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다. 어쨌든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연극의 특성상 연극 저작권은 '연극 저작물' 외에도 '음악 저작물' '어문 저작물' '미술 저작물' '2차적 저작물' 등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저작물과 관련되어 있다. 그만큼 다양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모르고 지나쳤다는 얘기가 된다. 혹은 알면서도 때로는 모른 척 지나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연극에는 희곡이라는 어문 저작물이 있으므로 그 저작물의 저작권자, 즉 작가에게 공연허락을 받고 흔히 작가료라고 불리는 저작권료를 지불한 후에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연극이나 뮤지컬에 사용되는 음악 역시 음악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자에게 사용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저작권료를 지불하여야 할 항목은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항들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고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극히 일부의 악의적인 단체나 개인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저작권의 적용 범위와 해결방법 등을 잘 몰라서 발생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연극을 포함한 여러 공연단체와 예술인들을 위한 저작권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말하는 '음악 저작물'은 음에 의해 표현된 저작물로 악기에 의해 표현될 수도 있고, 사람에 의해 표현될 수도 있다고 한다. 꼭 악보로 그려져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악보 없이 직접 연주하거나 부른 노래도 음악저작물로 보호를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악보가 없어도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이다. 또한 '연극 저작물'은 연극이나 무용, 뮤지컬, 무언극 등과 같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신체의 동작으로 표현한 저작물을 말하는데 동작을 직접 몸짓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몸짓을 그림이나 무보(춤의 동작을 부호나 그림을 사용하여 악보처럼 기록해 놓은 것)로 기록하여 표현한 것도 연극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한다.

하지만 연극이나 무용 그 자체는 하나의 실연이므로 '저작인접권'의 보호대상에 속한다. 저작인접권이란 저작물의 복제'전파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저작권의 보호 외에 저작물의 실연, 녹음 및 방송을 통하여 저작물의 배포, 전파에 기여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인정된 권리 개념이라고 한다. 저작인접권자로 보호를 받는 자는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라고 하는데 연극에서는 제작자, 연출가와 배우 등이 저작인접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 연출가의 연출 등은 영상녹화를 해두는 방법으로도 차후에 다른 배우의 연기나 연출가의 연출 등과 비교해 독창성과 유사성을 거론하며 자신만의 권리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연출가가 만들어놓은 독창적 장면을 훔쳐가더라도 이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서 저작권법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작가나 작곡가에 비한다면 연출가는 자신이 만든 독창적인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자신이 애써 만든 것을 쉽게 뺏기기도 하고 쉽게 훔쳐오기도 하는 무서운 정글에 서 있는 것이다. 합법적인 벤치마킹의 수준을 넘어서서 남의 것을 그대로 훔쳐오는 연출자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연극인들조차 그 사실을 잘 모르고 넘어간다고 해도 당사자 자신은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저작물을 팔지 않고 자신의 양심을 팔아서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러한 사실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남의 것에서 장점을 배운 후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벤치마킹'은 연극에서도 필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조용히 남의 것을 훔쳐가는 복제 능력은 불필요한 범법행위일 뿐이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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