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어려운 구조…'시장' 아닌 '복지' 관점서 풀어야
얼마 전에 보도된 '30대 막창집 주인 자살'이라는 뉴스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의 현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살아보려고 애쓰다가 놓여날 수 없는 덫에 걸려 선택한 죽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 죽음이 어디 한둘일까. 문 연 지 얼마 안 되어 폐업하는 식당이며 가게들은 얼마 후 또 다른 가게로 상호를 바꿔달지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 자신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기도 한 강도현의 '골목사장 분투기'를 읽었다. 저자는 카드사 VIP 고객에서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빚 권하는 사회에서 빚으로 몰락하는 일이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된다. 우리 사회는 한 번 실패한 사람에게는 재기가 쉽지 않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이다.
그러면 왜 자영업으로 성공하는 것이 어려운가? 지나친 경쟁에다 높은 임대료가 문제이다. 아무리 열심히 장사해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달리 할 것이 없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임대료는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되곤 하는 상가 권리금 문제도 심각하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자영업 시장은 단순히 한 개인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과거 자영업자라면 우리나라 경제 현상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 두지 않고 잘살 수 있었다. 열심히만 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자영업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복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는 자영업 문제를 시장 관점에서 풀 것이 아니라 복지 관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자영업 업종 분포가 특정 업종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비 자영업자들이 시장 구조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편 저자는 자영업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하여 업의 본질을 구현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성공 매뉴얼을 제공하고 그대로 따라 할 것을 강요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모든 공간에 스토리가 구현되어야 하며,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영업이면 자아가 드러나야 한다. 편의점을 해도 유통업에 대한 주인장의 고민과 해석이 그 작은 공간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방법론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성공의 잣대에 대해서 말한다. 업의 본질을 얼마나 충실히 드러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다. 그래야 삶이 더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업의 본질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며 소개한 '도깨비 커피집' 아저씨는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커피의 유행에 따라가지 않기 위해 손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고수한다. 커피 산업의 미래와 커피를 잘 내리기 위한 마음가짐까지 커피 관련 이슈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한다. 커피로 대박을 내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는 그에게서 저자는 '커피의 다양성'이라는 업의 본질을 발견한다.
이제 자영업자의 생존은 정치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지 않으면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좀 더 큰 일에 집중하고, 국가는 지역 생태계가 살아나는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 자영업자 개인은 전문성을 좀 더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사업적 방법으로 풀어가고자 하는 패기 있는 시도가 많아져야 하고 그런 시도들이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는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고용률을 높이는 방편으로서의 사회적 기업 정책을 하루빨리 폐기하고 제대로 된 창조적인 작업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800만 골목 사장님들께 드리는 망하지 않기 위한 십계명 등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들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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