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오늘, 이탈리아 항구도시 오스티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50대 남자를 살해한 범인은 17살 청소년이었다. 그는 그 남자가 자신을 유혹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는데 피살자가 당대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시인, 평론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였기 때문이었다.
파졸리니만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도 찾기 힘들다. 권위주의적 사회 체제의 모순을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문법으로 고발한 천재감독이라는 평단의 칭송을 받은 반면, 충격적 표현 기법 때문에 감옥 신세를 질만큼 악명도 따라다녔다. 배설물, 신체 절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성적 표현과 가학성이 난무하는 '살로, 소돔의 120일' 같은 그의 영화를 보면서 구토를 하는 관객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1922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파졸리니는 파시스트 장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족 관계 억압 때문에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파시스트적인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은 그의 평생 화두였고 영화와 시는 그에게 해방구였다. 파졸리니는 하룻밤 성관계를 맺을 소년들을 찾아 로마의 뒷골목을 배회했는데, 그의 동성애적 성적 취향은 창작의 근원이었지만 평생 그를 괴롭힌 딜레마이기도 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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