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천고마비' 이 가을에…

옛날 어느 장군이 말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마을 앞산에 올라가선 건너편 바위를 향해 활을 쏘고는 말에게 화살보다 늦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그 말은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달렸으나 화살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말은 죽임을 당했는데 이를 지켜본 마을 사람들이 말을 불쌍히 여겨 그 마을에 마비정이라는 정자를 세워 추모했다고 전해오는 전설 같은 마을이 달성군에 있다.

예로부터 청도, 가창지역 주민들이 한양이나 화원시장을 다닐 때 말을 타고 가다 정자에서 쉬어가거나, 사람과 말이 이 마을의 우물을 마시고 기력을 회복해 다시 힘을 내어 날듯이 빨리 달렸다 하여 '마(馬)비(飛)정(亭,井)'이라 불리는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마을(본리2리)에 전해져오는 이야기이다.

현재 이 마을은 한바탕 축제에 정신없이 바쁘다. 오지 풍경을 느끼게 하는 담벼락과 산촌 지형의 언덕 골목을 지니고 있는 깡촌 마을이 재미있는 추억의 시간여행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벽화마을로 변신 중이다. 마비정 어르신들 손님 맞으랴, 익어가는 가을걷이 하랴, 정신없이 바빠 손자 볼 여가도 없단다.

이 가을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말춤 열풍으로 한바탕 축제로 정신줄 놓게 해주더니, 또 온 나라가 무슨 시'군 주최의 각종 축제에다 오페라축제를 비롯해 페스티벌에 비엔날레, 아트페어까지 넘쳐난다. 우리나라 한 해 축제수가 무려 1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콘텐츠와 미디어 홍수 시대 풍요로운 문화예술이라는 고급 밥을 먹고 있는 나는 요즈음 호사를 누리는 착각에 빠져 정신없이 바쁘다.

이제 대선정국이라는 또 하나 큰 축제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포스터는 화려한데 요란한 풍각쟁이의 풍악이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내 부모 내 형제를 생이별하게 만든 위대한 수령(?)을 끌어들여 온 집안 쑥대밭을 만들어놓고…. 이당 저당 왔다갔다 하는 선생님들 보고 의리나 신의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배워온 순진한 남쪽 사람들은 너무 헷갈린다. 전부 본인이 주인공이라고 외쳐대니 진짜 주인공인 줄 알았던 우매한 백성은 들러리인 것 같아 영 축제 맛이 나지 않는다. 아직 누가 주인공감인지 감도 못 잡겠고…. 어느 줄에 서는 것이 도움이 될지 계산도 안 된다.

천고마비(天高馬飛)의 이 가을에. 대한민국은 지금 말은커녕 사람도 살이 찔 여유조차 없이 정신없이 너무 바쁘다. 더군다나 올여름은 태풍에, 사람 재해까지, 사기꾼들은 또 왜 이렇게도 극성인지….

하루! 선인들이 주신 지혜로운 문화유산을 찾아 여유로운 동해남부선(동대구-경주-울산-해운대-부전역) 기차여행이나 해볼까?

홍상탁(대구예술대학교 디지털사진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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