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크고 또렷한 눈'에 눈 먼 아이들

쌍꺼풀액 "냄새 독하고 눈끝 찢어질 듯" 컬러렌즈 "사용했던 렌즈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저가 컬러렌즈. 안쪽 표면을 면봉으로 2, 3번 문지르면 색소가 묻어나온다.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저가 컬러렌즈. 안쪽 표면을 면봉으로 2, 3번 문지르면 색소가 묻어나온다.
시중에 유통되는 쌍꺼풀액 제품들.
시중에 유통되는 쌍꺼풀액 제품들.

여자 중고생들이 쌍꺼풀액과 미용렌즈 등 미용제품을 오'남용하고 있다. 이 같은 미용제품은 사용법을 무시하고 사용할 경우 피부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쌍꺼풀액 부작용 심각=눈두덩에 발라 일시적으로 쌍꺼풀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쌍꺼풀액(쌍액)'이 최근 쌍꺼풀이 없는 여자 중고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쌍액'은 생활용품 할인매장과 시중의 화장품점에서 3천~4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하루에 7, 8개 팔리며 주말에는 판매량이 더 많다"며 "여자 중고생들이 주로 찾고 있으며 단골로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액'은 어린 학생들의 눈과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반복된 자극 때문에 눈 주위 피부가 처지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이진영(15'수성구 시지동) 양은 "쌍꺼풀이 없는 친구들의 절반 정도가 사용하고 있다"며 "냄새가 독하고 바른 상태로 오랫동안 있으면 눈이 아파서 눈끝이 찢어질 것 같다"고 했다. 박지석(15'수성구 황금동) 양도 "눈두덩을 중심으로 눈이 빨갛게 붓고 시야가 흐려져 피부과와 안과를 찾았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쌍액'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리하는 의료기기나 화장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속눈썹 접착제로 사용되기 때문에 기술표준원에서 공산품으로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리더스피부과 박형석 원장은 "'쌍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눈 주위는 피부가 얇고 예민한 데다 청소년기는 피부 재생력이 약해 이상 반응이 잘 생기므로 인위적으로 자극을 가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용렌즈 실명 가능성=1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 앞. 학생들을 상대로 미용렌즈 이용 경험을 물었다. 미용렌즈의 대표적인 제품인 컬러렌즈는 일반 콘택트렌즈에 색을 넣어 눈동자를 커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학생들 상당수는 미용렌즈를 알고 있었다. 한 학생은 "평상시에 끼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바깥 활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는 대부분이 끼고 나간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시중 렌즈 판매점에서 개당 3천~1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어 색깔별로 친구들끼리 나눠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 중고생 상당수가 미용렌즈를 수시로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사용법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생의 경우 주머니가 얇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사용했던 렌즈를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다혜(15'수성구 황금동) 양은 "렌즈가 찢어져도 새로 사기 아까워서 그냥 낀다"며 "색상이 다른 렌즈를 친구들과 바꿔서 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용렌즈의 사용설명서에는 하루 착용시간이 6시간은 넘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기재돼 있지만 렌즈 판매점조차 '눈이 아프면 빼라'고 하는 등 사용법에 무지한 실정이다.

대구시내 한 렌즈 판매점 점원은 "미용렌즈는 평일에 10개 이상, 주말에는 30개 이상 꾸준히 팔리며 학생들은 비교적 값이 싼 일회용 렌즈를 사 간다"며 "일회용 렌즈이지만 기한에 상관없이 계속 끼다가 눈이 아프면 빼면 된다"고 말했다.

이아은(17'수성구 만촌동) 양은 "용돈이 부족해서 사용 기한이 6개월인 미용렌즈를 사서 1년 정도 낀다"면서 "눈에 충혈이 생겨도 12시간 넘게 꼈다가 눈이 간지럽고 아파서 병원에 가서 독성각막염, 결막염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빛안과 김종욱 원장은 "저가의 미용렌즈는 중국산이 많으며 렌즈에 색소를 넣다 보니 일반 콘택트렌즈보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충혈이 나타나기도 하고 신생혈관을 생성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을 유발하므로 사용법에 적힌 것보다 적게 사용하고 자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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