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 환승, 좀 더 쉬울 순 없나"…단말기 1대 '북새통'

카드 못 찍고 내리는 경우도

무료 환승 확인용 하차 단말기가 버스당 2대 설치된 서울과 달리 대구 시내버스에는 1대만 있어 출퇴근 시간에 승객들의 불편이 많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무료 환승 확인용 하차 단말기가 버스당 2대 설치된 서울과 달리 대구 시내버스에는 1대만 있어 출퇴근 시간에 승객들의 불편이 많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대로를 지나는 시내버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10여 명의 사람들이 하차문 쪽에 설치된 단말기 앞으로 몰렸다. 하차 승객들은 붐비는 사람들 틈을 뚫고 오른쪽에 설치된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은 후 버스에서 바쁘게 내렸다. 단말기 옆으로 가지 못한 하차 손님들은 손을 길게 뻗어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어야 했다. 욱수동에서 복현동까지 1차례 환승해 출퇴근하는 정보람(27'여'대구 수성구 욱수동) 씨는 "만원버스를 타면 단말기에 카드를 대기가 힘들고 하차 시간도 오래 걸려 환승 혜택을 포기하고 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대구 시내버스에 설치된 무료 환승 확인용 하차 단말기가 버스당 1대에 불과해 출퇴근 승객들의 불편이 크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 시내버스 무료 환승 제도를 도입했으며, 무료 환승 혜택을 받으려면 버스에서 내릴 때 하차 단말기에 환승 확인을 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불편하다는 승객들이 많다.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의 경우 환승 확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하차 단말기에 몰리면서 안전사고도 일어난다.

고교생 신지영(17'여'대구 달서구 용산동) 양은 "환승객이 몰린 곳에서는 내리기 한 정류장 전에 미리 나와 단말기에 카드를 찍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많아 환승 확인을 하지 못하고 내린 적도 있다"고 했다.

정병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버스지부장은 "하차 단말기에 환승 확인을 못 한 채 내려 버스 뒷문이 닫히는 순간 손을 뻗어 환승 확인을 하려다 손이 문에 끼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과밀노선을 중심으로 하차 단말기를 하차 문 양쪽에 2대 설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버스 7천530대 중 4천960대(65.9%)에 2대의 하차 단말기가 설치됐고 내년에는 모든 버스에 하차 단말기가 2대씩 설치된다.

대구 시내버스에 하차 단말기가 2대 설치된 버스가 없는 이유는 설치비용 때문이다. 교통카드 사업자 관계자는 "처음 단말기를 설치할 때 하차 단말기 1대를 기준으로 승하차 단말기를 설계해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설계'개발부터 설치까지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수도권에 비해 대구는 버스 이용객이 많지 않아 2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대구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87만 명인 반면 서울시는 464만 명으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올 초 환승객들의 이용 편의를 위해 하차 단말기 추가 설치를 제안했지만 설치 업체가 난색을 표해 중단됐다"면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업체와 협의해 단말기 추가 설치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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