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벌' 법적 실체 인정하되 책임·권리 명문화

朴 '경제민주화' 구체화

새누리당이 재벌 개혁을 위해 재벌그룹 규제 조항을 하나로 묶은 '대기업집단법' 제정 검토에 나섰다. 대기업집단법은 대기업집단(재벌기업)에게 법적 실체를 부여해 책임과 권리를 명문화하는 법안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안에 상응하는 초강경 조치여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1일 "재벌 관련 규정이 공정거래법, 상법, 하도급법 등 10여 개 법률에 분산돼 있다 보니 효율적인 규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한데 묶은 대기업집단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국민행복추진위 산하 경제민주화추진단에 따르면 법안에 '계열사 편입심사제'를 명시, 대기업집단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는 계열사를 신설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기업결합심사도 강화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견제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전체 이사진의 4분의 1 이상인 사외이사 비율을 2분의 1 이상으로 늘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룹 회장이나 사장단회의 등 비공식 경영체제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의사결정 권한은 갖고 있으면서도 책임은 피해갔던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에서다.

경제민주화추진단은 이 밖에도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등 그간 논의됐던 사안들을 대부분 공약에 반영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야권 후보들의 재벌개혁안에 버금가는 강경조치들이 담긴 이 방안에 대해 박 후보가 어떤 의사를 밝힐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후보가 최근 '경제 성장'을 거듭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1일 "경제민화주화와 성장정책은 선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또 따로 갈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그간 경제공약의 핵심으로 재벌개혁이 중심이 된 '경제민주화'를 표방해 왔다. 이를 통해 올해 4'11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대선 정국에서도 중도층 공략의 간판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최근 '성장'을 부쩍 강조하는 것은 경제공약의 큰 틀을 선회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저성장의 경제위기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기존의 '경제민주화'와 보수진영의 전공분야인 '경제 성장'을 '투 트랙'으로 내세워 야권 단일화 등 만만찮은 대선 정국을 돌파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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