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재인의 정치쇄신 "시간이 필요해"

이해찬 박지원 사퇴 거부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와 대선 본선 준비로 갈 길 바쁜 민주통합당이 지도부 총사퇴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후보 캠프 내 새정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갖고 민주당 혁신을 위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지난 6'9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후보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박빙의 승부를 벌인 김한길 최고위원이 이튿날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 인적쇄신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쇄신은 시대정신인데 지도부가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지 못해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현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사퇴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각자 대선 승리를 위해 전념할 때이지 내분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일단 문 후보는 인적쇄신 문제는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파장은 좀처럼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주문하고 있는 정당개혁의 핵심에 지도부 사퇴로 대표되는 '인적쇄신'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외부에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진영의 상징인 이 대표와 호남의 대표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2선 후퇴 없이는 민주당 개혁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계파정치와 지역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용퇴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에 문 후보는 1일 강원 고성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저한테 맡겨주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완전한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보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충정에서 그런 요구들이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사실상 두 분은 이미 2선 퇴진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선대위 활동에 지장을 주는 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 후보가 즉각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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