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 중심의 도시형 창조·융합산업 거점으로 거듭나야"

"우리는 흔히 경제·산업이라고 하면, 수출 주도형 고도성장 시대의 전략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단을 조성하고 수·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큰 도로로를 뚫고, 출·퇴근을 하기 위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교통정체를 견디면서 하루를 보내는 일과를 상상합니다. 물론 제조업 기반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더라도 반드시 육성하고 키워야 할 분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산업도시가 아닌 대구와 같은 대도시는 '사람 중심의 도시형 창조·융합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야만 합니다."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 기획위원들은 "대구가 중소산업도시의 모델을 답습해서는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없으며, 대구권 산업도시들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대구가 지식기반의 창조경제에 걸맞는 모습으로 경쟁력과 중심성을 키워가지 못할 경우, 구미를 비롯한 대구권의 많은 도시들이 다른 도시경제권에 밀리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분야에서 대구의 경쟁력을 높일 사업 프로젝트로 창조융합지구 조성, 커뮤니티비즈니스 발굴, 개방형 혁신 창업 플랫폼 구축, 산업기술테마파크 조성, 도시농업 및 로컬푸드 거점화, 도시형 지식서비스 육성 등이 제안됐다.

▶창조융합지구 조성

도시의 매력도가 하락하고 있으며 대규모 장치산업을 키우기 힘든 대구의 한계를 '스프트웨어·의료·경험·창의'의 중심 메카로 육성함으로써 세계 도시화를 추진하기 위해 제안된 사업이다. 미래 첨단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접목해 내륙 최고의 문화, 체험, 교육, 복지가 어우러지는 '경험산업'을 대구에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기술 간 융합의 확산 및 새로운 시장 기회의 등장에 따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형 도시기능을 집적화 하고, 교육·문화·복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제공되는 글로벌 융합생태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주요 사업추진 내용으로는 '창조융합지구 씨스퀘어(C-Square) 구축'과 '융합생태환경 및 창조산업역량 지원' '감성과 의미의 교감이 강조되는 Web 3.0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플랫폼 형성' 등이 제안됐다. 창조융합지구 씨스퀘어는 교육, 지식, 창조, 의료, 건강의 특성을 지닌 대구적 가치를 근간으로 하여 창의와 복지 기반 위에 도시기능과 산업역량 문화자원이 융합된 지역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 수성의료지구에서 추진되고 있다.

융합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창조산업역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창조산업 기술연구 및 융합기업의 집적화, 도시 아파트형 공장, 소셜자산의 데이터센터, 융합기업 창업타운 등이 마련되어야 하며, 도시의 주요 기능(교통, 보안, 의료, 공공서비스, 하천, 환경)에 대한 스마트 솔루션이 개발되어 도시기능을 지원하는 소프트플랫폼이 갖춰져야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발굴

도시 잠재자본을 활용한 커뮤니티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이다. 지역 고유 특산물과 연고자원의 경제·사회·문화·환경적 가치를 재발견하여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개발하는 '향토자원 활용형 커뮤니티비즈니스 발굴'이 사업의 핵심이다. 시민이 주도하는 주민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지역의 공통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적 공동체인 비즈니스커뮤니티'를 설립해 운영한다.

향토자원을 활용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로는 전북익산의 한지 내복, 충남보령의 머드마스크팩, 제주의 감귤바다초잼 등이 있으며, 주민주식회사와 경제공동체를 설립해 운영하는 사례로는 일본 도쿄도의 아모르도와 주식회사 및 일본 나가레야마 YOU·I 네트가 대표적이다.

대형유통업체의 진출로 존페 위기에 직면한 재래시장 상인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일본의 아모르도와 주식회사는 병원식당과 매점을 운영하고 학교급식 및 도시락택배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나가레야마 YOU·I 네트는 퇴직자를 중심으로 설립된 간병보험사업 비영리법인이다. 퇴직자, 주부, 학생 등을 활용하여 재택간병, 고령자 생활지원, 치매대응서비스 등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리사이클 선도도시

리사이클의 활성화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를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부품의 재활용시장이 연 52조원에 이르고, 유럽과 일본도 각각 11조원과 1조4천억원을 넘고 있다.지역대학과 연계한 국립 자동차부품재활용연구센터 및 국립 자동차부품재활용인증센터 설립, 그리고 자동차부품재활용 생산단지 조성이 제시됐다. 완성차 업체의 이익 증대를 위한 자동차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이미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자동차를 자원절약과 서민경제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 것이다.

도시광산 공영사업단과 참여형 리사이클 빌리지·스트리트 조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도시광산의 잠재가치는 50조원(매년 4조원 규모 발생)으로 추정되며, 정부는 2020년까지 지방자치단체에게 폐금속 수거체계 확립(1천억원) 및 공공 선별장 설치(3천3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참여형 리사이클 빌리지(스트리트)는 폐생활자원을 활용한 리사이클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의미와 함께 리사이클 관련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비닐봉지 축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PET병으로 티셔츠 만들어 입기, 폐 파이프를 이용한 디지털 나무 만들어 심기, 빗물 저금통 등의 사업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개방형 혁신 창업 플랫폼 구축

대구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지 창업이 가능하다는 세계 최고의 개방형 혁신 창업도시 대구의 이미지와 역량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현대인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소비자로서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그것을 개선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창업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모바일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 아이디어 제안 단계에서 공동 창업 제안, 단독 창업 신청 등 단계별 창업 제안이 가능토록 설정하고, 창업 참여 창을 별도로 만들어 관심 있는 시민들이 특정 아이디어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시민들의 투표로 매주 또는 매달 우수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며, 이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스마트앱, 생활소재, 산업별, 공공 등 각 분야별로 후원 기업을 참여시켜 우수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을 지원하거나 기업과 공동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제시됐다. 그리고 개방형 혁신 창업 국제 학술대회를 조직해 운영함으로써 매년 전 세계의 개방형 혁신 창업의 성공 사례를 발표 하도록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산업기술테마파크 조성

산업기술의 미래를 대비한 세대 간 기술전승과 창의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과 문화·교육이 융합 소통되는 복합공간으로서 국가적 랜드마크일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토대가 된다. 기본이념은 산업사회의 성과를 박제화 하는 공간이 아닌 정보사회의 성과를 담보하고 창조사회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Beyond Industrial Society(산업사회를 넘어)'로 정했다.

기본컨셉은 '산업기술 전시·체험 + 기업(브랜드) 마케팅 + 문화·휴식 공간'으로 잡았으며, 구성은 (국립)산업기술관, 산업기술 메모리얼 광장, 브랜드 랜드, 로하스(LOHAS) 타운 등으로 이루어진다.

유사한 개념의 시설물로는 '라빌레트 과학산업박물관' '멕스코 푼디도라공원 제철박물관' '브랜드 랜드-BMW Welt' 등이 있다.

▶도시농업 및 로컬푸드 거점화

도시농업은 단순한 농업이 아니라 여가·레저, 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등 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식물공장의 한계(경제성·환경성 낮음)를 극복하고, 체험·교육·관광을 융합한 스마트 시티팜을 조성할 경우 농업기술, LED, 로봇기술, 기계, 전기·전자, 제어, 환경 등 첨단산업과 기술의 융복합이 가능하다. 의료용 식물재배형 관광 메디팜, 음식특화형 푸드팜 등 특화형 도시농업 관련 랜드마크의 조성도 가능하다.

대구경북지역 농산물 가공식품 푸드코트, 에듀팜, 로컬푸드 유통센터, 토종씨앗 보전·육종·체험관, 친환경 푸드 스트리트 조성, 식품클러스터, 식물공장의 교육장 활용, 도시민의 레저농업 단지 등의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시형 지식서비스 육성

수도권을 제외할 경우 광역권 내 거점도시의 비즈니스서비스 집중도는 대경권이 가장 높다. (매출액의 51.2%) 그러나 대구에서 제공되는 지식서비스의 수준은 글로벌 차원에서 볼 때 '아주 미약한 편'이다. 결국 대구가 중추도시로서 광역권 내 주변도시들과 기능을 분담하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공급 능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대경권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대구의 도시형 지식서비스는 지역 여건과 제조업 특성에 부합하면서 지역 기반이 우수한 분야를 특화 육성해야 할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그린컨설팅(친환경+엔지니어링+컨설팅), 에듀테인먼트/이러닝(교육+IT+콘텐츠), 의료관광(의료+MICE) 등이 제시됐다.

특히 KTX 역세권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문화, 서비스 등이 집적된 다기능 비즈니스 콤플렉스를 조성해 도시형 지식서비스를 집중 유치하고 창업을 촉진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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