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여성대통령 그 자체가 정치 쇄신…술정치·밀실정치 없어질 것"

'스키니진과 빨간색 스니커즈 운동화, 짧은 쇼커트 헤어스타일의 김성주(56) 성주그룹 회장은 진지하고 소박한 스타일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래선가 지난 10월 11일 김 회장이 소외계층을 대변해 온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함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영입되자 재계와 여성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김 회장의 박근혜 캠프 참여를 신선하고 참신한 '깜짝 카드'로 받아들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 회장의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화법이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오해와 비난을 받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 유엔(UN)의 'DNA회의'(Decide Now Act Summi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비전을 가진 101명의 리더', 포브스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 50인' 등 창조적인 여성기업인의 대표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정치권의 강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박 후보를 돕겠다며 선거판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대구 출신 대기업인 대성그룹의 창업자인 김수근 씨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부잣집 딸의 운명'을 거부하고 집을 나와 독립해 미국 블루밍 백화점 등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 2005년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핸드백 브랜드로 성장시킨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녀가 이번 대선에서 던져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남성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성공한 것처럼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혁명적인가. 그것 자체가 정치쇄신이다. 술 정치, 밀실 정치가 없어지고 학연과 지연이 없어지고 정부가 투명해진다. 여성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정치인데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소회가 어떤가.

"재미있기도 하고, 그동안에는 정치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와보니까 정치는 국민 혈세를 받아서 민생을 챙기고 국가 전체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정치가 멀게 느껴졌을까 그것부터 생각하게 됐다. 개인과 기업은 글로벌화,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정치는 제일 늦게 따라오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지금 자유무역의 시대에 살고 있고 디지털 혁명 속에, 가상세계 속에서는 영토의 개념 없이 살고 있는데도 정치 쪽에서는 이념투쟁과 갈등에 많이 묶여 있다.

정치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 성격적으로도 너무 직설적이고 솔직한데다 정치와 기업은 속도가 다르다. 기업은 매일 전략을 세우고 결과를 얻어내는데 정치는 그렇지 않다. 정치를 멀리했던 것은 말 바꾸고 거짓말하고, 나라의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정당정치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난세에 처한, 글로벌 속의 한국을 누가 잘 이끌고 갈 것인가를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었다. 정말로 정치 싫어하는 사람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종군'(從軍)하는 심정으로 들어왔다."

-스스로 재벌좌파라고 생각하는가.

"제 성향은 굉장히 진보적이다. 경상도의 재벌가에서 태어나 '남녀칠세부동석'과 '출가외인' 등의 말을 들으며 가장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아들은 대학졸업 후 이사와 전무 등을 하면서 리스크 없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지만 딸인 저는 결혼하면 그뿐이었다. 중매결혼을 해서 양갓집에 시집가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지만 거기에 반항해서 집에서 쫓겨났다. 스스로 재벌좌파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가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 역행 발언은 오해였다. 스스로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부(富)의 집중화를 경험했다. 여성으로서, 또 1인 팀장으로서, 차별을 받았다. 정치도 술 정치, 경제도 술잔치 하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고 흰 봉투를 주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사업을 해왔다. '이를 박박 갈면서' 여기까지 온 제가 (경제민주화에) 역행할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것이나 내가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는 같다. 상대 당에서처럼 극단으로 가져가서 겁주듯이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누가 기업을 경영하겠느냐 한 것이다. '진생쿠키' 발언도 마찬가지다. 제 필생의 목표는 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왜 제가 여성비하 발언을 하겠느냐.

정부가 여성과 청년을 지원해야 하지만 여성들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뜻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사과가 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일어나서 따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김성주가 한국 여자는 게으르다고 했다'고 왜곡하더라. 우리나라는 악플 다는 데에 글로벌 금메달감이다."

-그런데 왜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5천 년 역사에서 최고 기회의 시기에 처해 있다. 가수 싸이나 한류를 보면 그렇다. 또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에 들어와 있기도 하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일본과 영토 싸움을 하고 있다. 마치 110년 전 구한말의 모습과도 같다.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는데다 경제 축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오고 있는데 그 경제축의 엔진은 중국과 일본과 한국이다. 외국 언론들까지 몇 달 전부터 한국이 너무 위험하다. 마치 2차 대전 이전의 유럽을 보는 것 같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

이런 시기에 냉소적인 지식으로 애나 키우고 잘나가는 글로벌 CEO로서, 회사만 경영하면서 모른 체하고 있다가는 평생 마음의 짐을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 후보를) 화끈하게 도와주고 회사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동안에도 여러 진영에서 러브콜을 받았다는데 왜 세 후보 중에서 박 후보인가.

"고향이 대구라서 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저는 학연과 지연을 정말 싫어한다. 회사 경영하면서도 학연과 지연으로 사람을 뽑아본 적이 없다, 회사에 동향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세 후보 중에서 박 후보가 그나마 가장 정직한 사람이다. 말을 바꾸지 않는다. 제가 정치를 싫어한 것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냥 거짓말하고 말을 바꾸고 자기 밥그릇 챙기는 것을 당연시해서 진절머리가 났다. 박 후보는 만나보니까 원칙을 지키고 또 유연하다. 포용력도 갖추고 있고 외교력도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대통합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박 후보밖에 없다고 본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그 정권이 어떻게 되었는가. 새 정치, 열린 정치를 외쳤지만 결국 갈등과 분열만 가져왔다. 그나마 치적은 FTA가 있다. 그때는 제가 FTA 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는 다시 그런 분열과 갈등을 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안철수 후보는 신기루다. 검증이 전혀 안 된 하나의 신드롬이다. 신드롬(안철수 현상)으로는 절대로 현실정치를 할 수 없다."

-여성 대통령 배출이 혁명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부장적인 문화가 발달한 경상도가 낳은 여성이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 혁명의 시작이다. 그것은 여성을 깨우는 것이다. 여성 혁명이 남성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여성은 '블루오션'이고 새로운 시장이다. 여성은 지식노동자로서 두뇌의 힘을 배가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IT에 기반한 3차산업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

-여성 대통령 탄생만으로 사회적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까.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정치쇄신이다. 술 정치와 밀실 정치가 사라질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저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너무 잘해왔다. 그것(술) 때문에 일을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저는 술 마시고 체력과 돈을 낭비하고 비자금을 만들고 이중장부 만들어서 뇌물을 바치지 않고 탈세하지 않고서도 남들보다 열 배 더 뛰면서 글로벌 기업이 돼서 존경받고 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성 대통령은 정신혁명,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다. 여성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메시지를 현실화할 수 있다. 남녀평등 외치지만 말고 남성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맨날 다이어트하고 성형하고, 그것이 아니다. 스스로 지도력과 체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여성 혁명이다.

또 여성 대통령만큼 여성을 잘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박 후보는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았지만 자기 아이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키우겠다고 선포했다. 여성의 약점은 여성이 제일 잘 안다. 여성을 제일 잘 챙겨줄 수 있는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의미, 정말 크다."

-과거사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 유연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승만 대통령부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어느 한 대통령, (퇴임 후) 잘된 대통령 있으면 나와 봐라. 이런 불운한 대통령의 역사를 바꿔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모시던 대통령은 어떻게 됐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패가 아니었다면 존재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자기 가족사 문제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는 면죄부를 주고 정수장학회와 5'16, 그것은 2030세대가 태어나기 전인 30, 40년 전 이야기다. 그것을 두고 물고 뜯고 하는 것은 역차별이고 공정하지 않다.

저는 박 후보에게 '시작보다 끝이 좋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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