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권오길 지음/을유문화사 펴냄

우리나라 대표 토종 생물들만 골라 그들의 흥미로운 생태와 정보, 생활의 지혜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에서부터 작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온갖 생물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깊은 성찰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배우지 않는 동물은 없다'. 무척추동물 중에서도 아주 하등한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도 학습을 한다. 조건반사를 통해 주변 환경을 학습한다는 말이다. '쥐꼬리만큼만 월급을 받으면 우리는 부자'라는 제목도 재미있다. 집쥐의 꼬리는 제 몸통보다 훨씬 더 길쭉하고, 이 긴 꼬리는 높은 곳을 감아 오르거나 전깃줄 따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 등 생존에 큰 몫을 한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라고 하는 이는 200만 년 전에 고릴라에서 사람으로 옮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가 들끓는 것이 두려워 사람의 몸에서 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가 얼마나 지긋지긋한 존재인지 알 만 하다.

이보다 훨씬 작지만 우리 얼굴에 기어다닌다는 모낭진드기. 모낭진드기는 털구멍 하나에 열 마리 정도가 산다고 한다. 거미처럼 생겼는데 네 쌍의 다리가 있고 주둥이는 바늘처럼 뾰족하다. 모낭진드기는 한 시간에 8~16㎝ 빠르기로 기어다닌다고 한다. 이처럼 얼굴에 꿈틀꿈틀거리며 돌아다녀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게 다행이다.

이 책은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 종족보존의 본능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때로는 숭고하고 감동적인 사연도 있다. 주꾸미의 어미는 55일간 빨판으로 알을 닦아 주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물을 흘려주면서 보살피다가, 새끼가 태어나 떠날 기미를 보이면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자연의 사랑이 때로 인간의 그것 못지않음을 알려준다. 29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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