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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철학자 루소가 쓴 연애소설, 그 속의 사상은?

장 자크 루소 지음/김중현 옮김/책 세상 펴냄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사상가가 쓴 소설이라 더 끌린다. 루소는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거물이다. 대학 교양과목 수업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인문철학서를 접하게 되면 한두 번씩은 꼭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흔히들 루소의 저서를 들어보라고 하면, '에밀', '사회계약론' 등을 떠올릴 것이다. 책가방 끈이 조금 더 길거나, 인문학 서적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인간 불평등 기원론', '학문예술론'까지 언급할 수 있는 정도다. 프랑스 철학'문학의 큰 기둥이 된 루소가 쓴 연애소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때문일까? 한국외대 불문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프랑스 낭시2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중현은 그의 소설 '신 엘로이즈 1, 2'에 손을 댔다. 이미 그는 '사회계약론'을 번역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루소에 대해 잠시 짚어보고 그의 연애소설 얘기를 해보자. 171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루소는 정치사상가이자 철학자, 소설가, 교육이론가, 음악가, 극작가로 태어난 지 9일 만에 어머니를 잃고 10세에 아버지와도 헤어지고 16세에 제네바를 떠나 유럽을 떠도는 생활을 한 비운의 초년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방황하는 청년기를 접고 파리에 정착해 '백과사전'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저술을 시작해 1750년 계몽주의 한계를 넘어서는 '학문예술론'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근대 교육론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에밀' 등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선 인물이다.

루소의 핵심 철학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문명과 인위적 사회제도에 반대하고 자연으로의 회귀하자는 것이다. 소설 형식을 취한 '신 엘로이즈'는 자연과 문명, 이성과 감정, 인간의 본성, 관습과 제도로부터 인간 해방과 자아 실현의 주제를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은 순수한 정신적 사랑을 통해 이성에 억눌려 있던 당시 프랑스인들의 감수성에 불을 댕기고, 인간의 영혼에 잠재한 전원에서의 행복과 이상적 연애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당시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스위스 레만호 연안의 브베. 줄거리는 신분이 낮은 가정교사 생 프뢰와 귀족인 처녀 쥘리의 사랑. 쥘리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쳐 생 프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멀리 떠나보낸다. 하지만 그를 보살펴준 에드워드 경이 그와 그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쥘리 어머니는 생 프뢰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그의 됨됨이를 신뢰하게 되지만 남편을 설득하진 못한다. 쥘리는 결국 아버지의 오랜 지기인 볼마르와 결혼하게 되고, 아들 둘을 낳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볼마르는 쥘리와 생 프뢰의 관계를 알게 되고, 가족의 친구로 생 프뢰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한다. 이때부터 쥘리와 생 프뢰의 사랑은 우정으로 바뀐다. 루소는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봤을지 자못 궁금하다.

548쪽(1권), 509쪽(2권). 각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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