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헤로도토스의 '역사'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다룬 유럽 최초의 역사책

유럽 최초의 역사책인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Herodotos)는 지금의 터키 서해안에 있는 그리스 식민도시 할리카르나소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성장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여러 곳에 여행을 다니며 견문과 시야를 넓혀나갔으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록했다.

'역사'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대부분 그가 직접 방문했던 곳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나라들 즉 리디아, 바빌론, 이집트, 스키타이, 트라케, 프뤼기아, 키레네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글을 썼으며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은 여행객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오래전부터 '역사'는 고전으로 인정받았다. 천병희 교수는 처음으로 그리스 원전을 국역했으며, 2009년 숲출판사에서 이 책이 간행됐다. 이 책의 주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이다. 책명이 '역사'라고 되어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사'라고 해야 한다. 저자는 이 전쟁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서 페르시아 왕들 즉 키루스, 캄비세스, 다리우스의 치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인근 국가들의 지리, 기후, 풍습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집트의 미라 제조방법에 대한 기술은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7권부터 9권까지 전쟁의 시작, 경과, 결과가 묘사되고 있다.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대패하는 모습은 전쟁의 종말을 그린 것이지만 인간사를 지배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솔론,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 아르타바노스 등은 어떤 삶이 바람직하고 어떤 삶이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알려준다. 특히 크로이소스왕의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크로이소스왕은 교만과 우둔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며, 우리는 그에게서 행복의 허약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국력을 고려할 때, 크세르크세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리스에 대한 무지, 전략의 부재, 개인적인 교만과 부도덕이 그를 도망자의 처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전쟁 당사국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가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출생지가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아 외국의 문물과 사람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신들의 개입보다는 인간의 행동과 인격에 강조점을 두었다.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