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불고/ 정두근 지음/ 21세기 북스 펴냄
상호 존중과 배려 운동. 여성단체가 내건 구호 '상생과 배려'를 닮았다. 그러나 이게 운위되는 곳이 군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군기와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대에서 상호 존중과 배려라니. 책이름도 평이하지 않다. '덕불고'라는 말은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는 말이 어원이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말이다.
예비역 중장 정두근은 32사단장으로 재임 중 간헐적으로 발생하던 영내의 사고를 방지하고, 군대의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상호 존중과 배려(상존배) 운동'을 도입했다. 그 후 군단장까지 거치며 상호 존중과 배려 즉, '상존배 운동'을 전 부대로 확산시키기 위해 진력했다. 군복을 벗은 뒤에도 (사)상호존중과배려운동본부 총재로 있으면서 상존배 운동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순전히 그의 소신과 경험의 결정체다.
"논산 육군훈련소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신병 훈련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상존배 병영문화'라고 판단하고, 예하 연대장과 교육대장, 직할대장 등 전 지휘관들에게 사단에서 상존배 운동을 실시한 배경과 시행 방법, 성과를 설명하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조교와 교관들은 물론 대다수의 장병은 해보지도 않고 반대하였다. 훈련병이 군기가 빠져 조교나 교관의 통제가 안 되어 훈련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을 것이며, 안전사고도 많을 것이라는 이유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반대와 장벽은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그러나 밀어붙였다. 분위기가 바뀌는데는 6개월 정도 소요되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효과는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의 회고는 이어진다. "놀랍게도 나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안 될 것만 같았던 존중어 사용이 장병들 사이에서 '어, 된다. 괜찮다. 좋다. 왜 이제야 시작되었을까?' 등의 반응들이 나오면서 폭언, 욕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닭살이 돋는다"는 장병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상급자를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숨는 하급자도 서서히 사라졌다. 악을 쓰는 병사가 없어진 것은 물론 밝게 웃으며 자연스러운 인사말을 나누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병사들이 믿음직스러웠다"는 것이다.
정두근 장군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기문란 사건의 원인을 리더십에서 찾는다. 군대와 같이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에서 리더십은 그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 그 치유책으로 정 장군이 내놓은 것이 '상존배 운동'이다.
분위기를 경직하게 하는 '군대의 말투'를 부드럽게 하고, 이병도 사단장 앞에서 활기차게 경례하며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사단장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진리를 실천한 것이다.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저자를 '창군 이래 장병의 의식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군인'이라고 했으며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은 '사단장 시절부터 주변의 몰이해와 반대를 무릅쓰고 군 내에 상존배 운동을 전개하여 병영문화 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일은 큰 업적으로 평가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런 추천사가 아니라도 그의 책은 리더십 부재의 사회에서 주목할 만하다.
281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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