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겨울 별미

'어느 선비가 추운 겨울날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길을 떠났다. 한참 바닷가를 걸어가다 보니 허기가 져 죽을 지경이었는데 민가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 나뭇가지에 눈이 꿰여 있는 생선 한 마리가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선비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체면 불고하고 그 생선을 걷어내 찢어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나 좋았다. 과거를 보고 돌아온 선비는 겨울마다 그때 먹었던 생선 맛을 잊지 못해 청어를 나뭇가지에 꿰어 말려 먹었다.'

대표적인 겨울 별미인 과메기가 생겨난 유래다. 그 유래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고 언제부터 과메기를 먹기 시작했는지도 모르지만, 과메기는 (현재 꽁치를 쓰지만) 원래 '말린 청어'에서 유래한 것은 사실이다. '과메기의 고장' 구룡포에서는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렸기 때문에 '관목어'(貫目魚)로 불렸으며, 세월에 따라 관목어→관메기→과메기 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과메기를 먹는 방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보통 대구의 음식점에서 과메기를 주문하면 먹기 편하도록 세로로 작게 잘라져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손님들은 과메기를 물미역이나 배추에 싸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 그렇지만 포항에서 과메기를 먹을 때에는 보통 세로로 길게 찢어서 나오는데 그것을 물미역에 싸서 볼이 한껏 튀어나올 정도로 한입 가득 먹는 맛이 제격이다. 대개 몸통만 먹지만, 머리나 꼬리의 고소한 맛에 끌려 그것만 먹는 이들도 있다. 구룡포에서는 내장까지 먹는 주민들도 있다고도 하지만, 재료와 건조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내장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다른 겨울 별미인 대게가 출하될 때가 됐다.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출하되지만, 제철은 2, 3월쯤이고 구룡포 영덕 울진 등에서는 이에 맞춰 대게 축제가 열린다. 제철을 맞으면 추운 날씨와 낮은 수온 때문에 껍질이 단단해지고 속살이 통통해져 맛이 더욱 좋아진다. 외지인들로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포항 사람들은 새벽에 위판장에 나가 싼값에 사서 가족 친지 간에 둘러앉아 실컷 먹곤 한다. 동해안은 여름도 좋지만 추운 계절이 돌아오면 더욱 좋은 곳이다. 과메기, 대게 같은 먹거리와 겨울 바다의 낭만을 호젓하게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주말 집에서 빈둥거리기보다는 동해안을 한 바퀴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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