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제야 경제성장을 말하는 대선 후보들

'경제 민주화'에만 올인하고 있던 대선 후보들이 이제야 경제성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일 "성장이 안 되면 경제 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도 성장 정책과 관련한 종합 플랜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성장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후보가 이처럼 갑자기 성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3분기 성장률 쇼크 때문이다. 3분기 성장률이 1.6%로 내려앉으면서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분기별 성장률이 2% 미만에 머문 경우는 지금까지 네 차례뿐이다. 그중 세 차례의 성장률 추락은 유가 파동이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충격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이번의 저성장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적 수요 감소라는 요인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자체의 성장 동력 소진이 더 큰 원인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국내외의 전망은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럼에도 대선 주자들은 성장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었다. 마치 성장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달 "한국의 그 어느 대선 후보도 국가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방법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이들 모두 대학 등록금 인하, 복지 확대 등 소소한 문제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꼬았을까. 이렇게 외국 언론의 눈에도 이번 대선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포퓰리즘 경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의 성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벼락치기 공부로 얼마나 제대로 된 성장 방안을 마련할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각 후보는 그동안 복지 공약에만 경쟁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돈을 만들어줄 성장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을 하지 않았다. 각 후보가 어떤 성장 대책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란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그나마 후보별 성장 대책의 적실성을 따져볼 시간은 이제 50일도 채 안 남았다. '깜깜이 선거'도 이런 깜깜이 선거가 없다. 선거는 차악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도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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