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극단 창단 이후 첫 극장을 오픈합니다. 여러 선생님, 선'후배님들께서는 꼭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극단 창단 초대장(엽서)에는 또 하나의 부연 설명이 있었다. '비록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어서 숨이 차고 다리에 경련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저희가 만든 예쁜 공간을 보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지역의 한 극단이 소극장 개관 행사를 가졌다. 초대장을 대신한 엽서에는 이렇게 재치 넘치는 초대의 글이 담겨 있었다. 소극장은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한 건물의 5층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연극전용 소극장이 그렇듯이 단원들이 직접 공사를 했다고 한다.
연습하랴, 공연하랴, 극장 공사하랴, 그들의 노고가 즐거움에서 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자부심 있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지 못했으리라. 가끔 타 예술 장르에 있는 분들이 '연극하는 사람들은 못하는 것이 없다'고 얘기할 때가 있다. 그 말 속에는 '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가? 연출이면 연출, 배우면 배우만 하면 되지 스태프 일부터 출연, 무대 제작, 극장 공사까지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라는 물음이 들어 있다.
그때의 대답은 '연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의 작업입니다. 그래서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경험해봐야 합니다. 그 공동체가 모인 곳이 극단입니다. 극단은 연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의 생명력이 깁니다!'
실제로 대구에 있는 극단들은 대다수가 10년 이상 되었고, 40여 년 된 극단도 있다. 요즘처럼 최소한의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책도 없던 척박했던 환경 속에서 그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남았으니 대단한 인내력이 아닐 수 없다. 이 이해되지 않을 인내력은 연극에 대한 소명의식 이전에 공동작업의 결과라고 믿는다.
믿기지 않겠지만 대구의 극단들은 30여 년 전에 민간 소극장을 만들었다. 개인 작업실이나 연습실이 아닌 공연 인프라 구축을 이미 30여 년 전에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연 인프라'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아무런 지원도 없이 극단의 재정 자립도만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어 아쉽게도 모두 폐관하고 말았다.
현재 대구연극협회에 등록된 극단들이 만든 민간 연극 전용 소극장은 12개에 달한다. 그중 6곳은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6곳은 중구에 위치하고 있다. 그중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는 2009년 11월 남구청 공식사업으로 채택돼, 2010년 2월에 선포식을 가졌다.
또 하나의 민간 소극장이 대명공연문화거리에 개관했다. 30여 년 전의 실패를 거울 삼아 민간 극단들이 지구력 있게 달려왔듯이 지자체 또한 지구력 있는 지원을 기대해 본다.
김은환 <'굿 프랜즈 아츠 그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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