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또 다른 가난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인간이 한 평의 땅뙈기에 울타리를 치고서 "이것은 내 것이야!"라고 외치게 된 순간부터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인간이 자기 것이라고 여긴 땅에 자신의 마음까지 울타리로 가두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땅에 울타리를 치고 난 뒤 경계하기 시작하여 타인에 대한 시선도 변하게 된다. '혹시 누가 내 울타리를 넘어오지는 않을까?' 그의 눈에는 이웃이 잠재적인 위험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재산을 축적하게 되면 순수하고 사심 없던 주변의 관계가 변하게 된다. 부의 축적은 또 다른 가난을 가져오기 쉽다. 그 가난이란, 벽을 쌓음으로써 이웃과 단절되는 것과 그로 말미암아 겪는 고독이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넓고 깊은 바다라도 메울 수는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메울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깊은 골짜기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도 있다.

속담에 나오는 '메우다'는 부족하거나 빈 곳을 채운다는 의미로 "식장을 가득 메운 축하객들은 식장에 신랑이 들어오자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쳤다." "셋은 낭비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일손을 쉬지 않고 가을걷이에 열중했다."로 쓰인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메운' '메우기' 대신 '메꾼' '메꾸기'로도 쓸 수 있다. '메우다'는 '메다+우+다'의 형태로 '우'는 사동을 뜻하는 접사로 깨우다, 비우다, 세우다 등으로 쓰인다. 이같이 우리말에 '꾸'라는 사동형 접사는 없지만 언중(言衆)이 널리 사용하다 보니 '메꾸다'를 2011년 8월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었다.

'튕기다'와 '튀기다'도 구별해보자. '튕기다'는 다른 물체에 부딪치거나 힘을 받아서 튀어나오다, 강한 물체가 서로 부딪쳐 불꽃과 같은 것이 생겨 사방으로 튀게 하다라는 뜻으로 "공이 골대를 맞고 튕기고 말았다." 로 쓰인다. '튀기다'는 힘을 모았다가 갑자기 탁 놓아 내뻗치거나 튀게 하다, 탄력 있는 물체가 솟아오르다의 뜻인 '튀다'의 사동사로 "어린이가 바닥에 공을 튀기며 놀고 있다." "나는 신이 나서 입술에 침을 튀겨 가며 지껄였다."로 활용한다.

가진 것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더 불행해진다. 사람들 대부분은 보답을 바라지 않은 채 남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눌 때에 참된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남을 돕는 것은 도움을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도와주는 사람도 뿌듯한 마음을 선물로 받는다. 결국 나누며 사는 것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손을 펴고 가진 것을 나눌 때 참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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