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분당 72회 정도 뛰며, 5ℓ의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낸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와 달리 조류와 포유류는 2심방 2심실을 갖고 있다. 온몸을 돌고 온 혈액은 우심방으로 들어온 뒤 삼천판(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막)을 통과해 우심실로 간다. 우심실이 수축하면 혈액은 폐동맥을 타고 폐로 이동해서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다. 산소포화도가 높아진 혈액은 폐정맥을 통과해 좌심방으로 옮겨지고, 승모판(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막)을 통과해 좌심실로 내려간다. 그런 뒤 다시 좌심실이 수축하면 대동맥을 따라 온몸으로 보내진다.
◆아직 원인도 분명치 않아=온몸을 돌고 온 정맥혈과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동맥혈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이 정상. 하지만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에 이상이 있거나 ▷좌우 심방과 심실을 구분하는 벽 사이에 구멍이 뚫리거나 ▷폐동맥, 대동맥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 이처럼 태아의 심장 발생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심장 기형이 생기는 것이 '선천성 심장병'이다.
유병률은 대개 살아서 태어나는 아기 1천 명당 약 8.8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족 중에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경우는 2~3%, 두 명인 경우라면 9~10%에서 선천성 심장병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 특히 엄마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경우 확률이 가장 높다.
발생하는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90%가 규명되지 않은 다인자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 5~8%가량은 염색체 이상과 관련이 있다. 아울러 임신 중 엄마의 감염이나 약물복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된 증상으로는 호흡곤란과 입술, 손톱 등의 부위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있다. 청색증은 울 때 더 심해지고 입술이나 손끝이 파랗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수가 빨라지며 의식을 잃듯이 축 늘어진다.
가끔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호흡곤란이 있으며 우유를 먹을 때 자주 쉬거나 힘들어하고, 조금씩 자주 먹고, 땀을 많이 흘리며 숨을 헐떡거린다. 또한 체중이 또래만큼 제대로 늘지 않아 키는 크지만 마른 모습이 된다.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은 심잡음(심장에서 혈관으로 가는 피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을 때 들리는 소리)을 청진기를 통해 진찰하거나 단순 흉부 X선 사진,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일반적인 수술로는 치료가 힘든 '복잡 심기형'일 경우 심도자 검사, 심혈관 조영술, CT, MRI 등을 통해 기형의 모양과 기능을 확인한다.
◆의술 발달로 비수술적 치료 기회도 많아져=선천성 심장병은 청색증의 유무에 따라 ▷청색증형 심장기형 ▷비청색증형 심장기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청색증형 심장기형으로는 ▷심실중격 결손증(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벽(중격)에 구멍(결손)이 있는 질환.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함) ▷심방중격 결손증(좌우 심방 사이의 벽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 ▷동맥관 개존증(태아의 경우,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공급하는 대동맥과 폐로 피를 흐르게 하는 폐동맥이 이어져 있는데, 이를 동맥관이라고 함. 출생 직후 동맥관은 닫혀야 정상인데 이후 계속 열려 있어서 정상적인 피흐름을 방해하는 질환) ▷대동맥 축착증(대동맥이 좁아짐) 등이 있다.
청색증형 심장기형으로는 활로4징증(폐동맥이 좁아지고 심실중격에 구멍이 생기는 등의 4가지 기형이 동반된 질환), 폐동맥 협착, 대혈관 전위증(대동맥과 폐동맥이 바뀐 것), 폐동맥 폐쇄, 삼첨판(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으로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음) 폐쇄 등이 있다.
최근 의료기술과 기구의 발달로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동맥관 개존증과 심방중격 결손은 비수술적 방법을 많이 쓴다. 사타구니에서 대동맥을 통과해 스텐트(도관)을 삽입해 막힌 곳을 뚫거나 구멍을 막는 방법들이 쓰인다. 증상과 질환의 성격에 따라 약물치료, 비수술적 방법을 쓰지만 대부분 복잡 심장병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질병에 따라 적절한 수술시기 찾아야=올해 17살인 최승우(가명) 군은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았다. 좌심실과 우심실을 구분하는 심실중격이 없어서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단심실' 진단을 받았다. 정맥과 동맥이 뒤섞인 상황이기 때문에 먼저 피의 순환을 돕기 위한 수술을 받았고, 3년 뒤 좌심실의 기능을 살리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29살인 정기훈(가명) 씨도 출생 직후 심실중격에 구멍이 있고, 대동맥 판막도 막혔다는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구멍을 막고 막힌 판막을 뚫는 수술을 받았으며, 10살 무렵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판막으로 대치해 주는 '대동맥판치환술'을 받았다. 자칫 피떡(혈전)이 혈류를 막을 수 있는 우려 때문에 항응고제를 복용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최근 들어 조기에 완전교정 수술을 많이 한다. 오랜 기간 심장질환 때문에 심장이 받는 과부하를 조기에 해결해 주고, 수술 후 또는 자연경과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미리 방지하거나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이광숙 교수는 "최근 수술 방법 및 혈액의 체외순환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수술 당시 환아의 체중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수술 가능한 나이 제한도 없다"며 "선천성 심장병은 종류에 따라 가장 적절한 수술 시기가 있고, 심장 수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이와 체중에 무관하게 수술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다만 미숙아거나 체중이 너무 작으면(1.8㎏ 미만) 수술 전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며, 환자마다 기형에 대한 정확한 진단 후 가장 적절한 수술 시기를 출생 직후 영유아 시기에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이광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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