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3)'마을'에서 답을 찾다 ①

나 혼자 아닌 '함께 짓는 농사' 소득 높이고 공동체도 살리고

아자개영농조합법인은 상주시 사벌면 일대 1천450㏊의 논 가운데 600여㏊를 관리하고 있다.
아자개영농조합법인은 상주시 사벌면 일대 1천450㏊의 논 가운데 600여㏊를 관리하고 있다.
안성환(55) 아자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안성환(55) 아자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법인을 설립한 뒤 생산성과 품질이 높아졌다"고 했다.

위기 앞에서 농민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혼자 짓는 농사는 생산성과 효율성,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시장 개방의 위기감에 자발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경영을 체계화해 나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농업'농촌의 위기 앞에서 경상북도도 새로운 농업경영 모델을 선보이면서 영농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위기의 경북농업

농업은 벼랑 끝에 서있다.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마을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 농촌 사회가 해체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의 농가 인구수는 1990년 107만1천591명이던 것이 2000년 64만8천818명, 2010년 49만1천225명으로 줄었다. 20년 동안 농가 인구가 반 토막이 났다. 농가수도 줄어들었다. 1990년 29만8천819 농가에서 2000년 23만6천222 농가, 2010년 20만1천651 농가로 급감했다.

남아 있는 농촌 인구의 나이도 많아지고 있다. 1990년 경북도의 65세 이상 농가 인구수는 14만2천545명으로 13.3%였다. 이후 2000년엔 15만5천881명으로 24.1%, 2010년에는 17만4천129명으로 35.5%까지 증가했다. 이는 대구시의 고령화 증가율보다 가파르다. 대구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0년 10.5%, 2000년 17.9%, 2010년 21.2%로 20년간 10.7% 증가했지만, 경북은 같은 기간에 22.1%나 늘었다. 대구에 비해 경북의 고령화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랐다.

전국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도 벌어지고 있고, 농촌 내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전국 기준 농촌의 평균소득은 도시 평균소득의 80.5% 수준이었지만 2010년엔 66.8%로 떨어졌다. 전국 농가의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격차도 2000년 7.6배에서 2010년 11.7배로 늘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마을영농'

경북도는 이러한 농업'농촌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마을'에서 찾고 있다. 농업 경영시스템을 개별 단위에서 마을 단위로 바꾸겠다는 것. 이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마을' 단위의 법인을 통해 소속 농민들 간의 공동체를 회복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

경북도는 내년부터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사업을 시작한다. 올해 7월 17일 기본구상안을 발표하고 이어 농업인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 태스크포스(T/F)와 포럼을 구성했다.

마을영농은 개별적으로 소유'관리하는 경영에서 벗어나 농지 소유자와 이용자를 분리하는 경영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농지, 농기계, 노동력 등을 한곳으로 집중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경북도는 경북지역 전체 경지면적(2011년 기준 27만4천631ha)을 기준으로 2020년에 10%, 2030년에 15%까지 마을영농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주령 경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일본의 집락영농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마을주도형, 농협참여형, 기업주도형의 모델을 개발해 3곳의 시범 사업자를 선정하려 한다"며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농기계 구입, 공동시설 설치비 등 3억원 이내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6~2008년 '마을영농'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했던 강성채(64) 전 전남 순천농협 조합장은 "마을영농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3곳의 사업지구 중 1곳은 90%의 주민이 참여했고 나머지 2곳은 60~70% 정도의 참여율을 보였다. 참여율이 떨어지는 곳에서 농지 효율성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강 전 조합장은 "농지 주인들의 요구에 밀려 지나치게 높은 임차비를 매기는 것을 피하고, 농지 규모가 커질 경우 수확 시기를 놓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에 재배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뭉쳐야 산다

상주시 사벌면 덕담리 아자개영농조합법인(이하 아자개법인). 이곳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들녘별경영체'다. 아자개법인은 품종 선택에서 이앙, 비료 살포 시기와 양, 병충해 방제, 수확, 판매에까지 책임지고 있다.

2002년 친환경작목반에서 시작해 2006년 3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2006년 첫해엔 10명이 1천만원씩 출자해 밑거름자본 1억원을 마련했다. 2011년 현재는 조합원은 모두 127명으로 8억원의 출자금이 있다.

안성환(55) 아자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법인을 설립할 당시 쌀시장 개방에 대한 위기감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뭉칠 수밖에 없었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규모화된 논에 육묘와 농기계 사용, 방제가 함께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아자개법인은 2009년부터 매년 2, 3차례에 걸쳐 약 1천ha의 논을 공동으로 방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7천100여 시간의 노동력을 절감했다. 공동방제로 농약사용량을 25% 줄이면서 1천200만원 상당의 생산비를 아꼈다. 농약도 공동으로 구입하고 있다.

2010년부터 육묘 사업도 해오고 있다. 올해는 6만 장의 육묘를 생산했다. 공동 작업을 통해 6천500시간이 걸리던 육묘를 740시간으로 줄였다. 종자는 1ha당 9kg을 줄여 모두 1천440kg을 아껴 216만원의 지출을 덜었다. 이앙기 16대, 콤바인 7대, 트랙터 35대 등 농기계를 공동으로 사용해 작업 능률도 높였다.

아자개법인은 2005년부터 미곡 도정'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시간당 3t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약 5천t을 가공해 50~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 감 가공 사업에 뛰어든다. 쌀농사에서 소외된 마을의 감을 곶감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약 30만개의 곶감을 내년 목표 생산량으로 정하고 2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2014년부터는 미나리 재배도 시도할 예정이다. 유휴 농지에 노동력이 많이 들지 않는 미나리를 심으면 나이가 많은 농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농가 소득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2015년 10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찹쌀, 기능성쌀 등 품목을 다양화하고 '아자개'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다양한 농작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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