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쪽짜리' 된 불산 사고 민·관 합동조사단

주민·민간전문가 12명 사퇴… "정부 입장만 대변…신뢰 잃어"

정부가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내 화학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해 '불산 사고 민'관 합동 환경영향조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민대표와 민간전문가들이 운영 전반을 불신하면서 무더기로 사퇴해 파행을 겪고 있다.

민'관 합동 환경영향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달 9일부터 민경석(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단장을 주축으로 환경부, 경상북도, 구미시,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주민대표 등 24명으로 구성, 운영돼왔다.

그러나 불산 누출사고 피해 주민대표와 민간전문가위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12명은 5일 ▷조사단 구성의 불투명성 ▷조사단 운영방식의 문제 ▷지난달 31일 조사단이 발표한 환경조사 분석결과의 공정성 상실 등을 이유로 사퇴했다.

이들은 이날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구미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산 누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과 식생의 제거를 두고 주민대표 및 민간전문가위원들과 합의한 것도 없었는데, 현지정부종합대책단이 일방적으로 주민들이 동의를 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산 누출사고를 조기에 종결시키고, 주민들을 마을로 복귀시키려는 속셈이다. 공정성을 잃은 조사단의 활동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사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기대했지만, 그동안 활동은 사태 수습을 위한 단계적이고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처음부터 환경부는 진정성이 없었고 산하기관이 조사한 자료분석 결과를 토대로 '불검출' '영향 없음'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등 활동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조사단은 불산 누출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생태계조사를 지난달 22일 이후 실시하지 못 하고 있으며, 임천리 주민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건강검진 및 건강영향조사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

조사단에 참여했던 김상호(봉산리 대책부위원장) 주민대표는 "정부는 사고 후 갈팡질팡했을 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주민들의 불안 호소에 환경 기준치 미달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등 9일간이나 주민들을 오염된 지역에 방치했다"면서 "조사단은 봉산리를 관통하는 사창천에서 8.83㎎/ℓ의 불소가 검출됐는데도 주민들의 안전보다는 사태를 조기에 종결하도록 정부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윤웅로 조사단 간사는 "조사단 구성이 처음부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보상이 완료된 농산물과 식생에 대해서는 비가 올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제거를 하자고 일부 주민들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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