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 올린 밥상…'희망식당' 대구점 개업

5천원 한 끼에 정성 듬뿍…비정규직·정리해고자 돕기

대구 서구청 인근에 위치한 식당
대구 서구청 인근에 위치한 식당 '따신밥 한그릇'이 '대구경북 희망식당'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 4일 오후 오픈점장인 공지영(왼쪽에서 두 번째) 작가가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밥 한 그릇 먹으러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희망식당입니다."

4일 오전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청 인근에서 '희망식당'이 문을 열었다. 희망식당은 올 3월 서울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자들 파업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 일일식당이다. 청주, 대전에 이어 이날 대구에서 5호점이 개업했다.

희망식당은 매주 일요일 밥상을 차리는 곳이다. 손님들이 낸 한 끼 밥값 5천원은 대구경북지역 정리해고자들을 돕는 데 쓰인다. 이날 메뉴는 잡채와 고추전, 불고기 등으로 잔칫집처럼 푸짐했다. 이른 아침이지만 식당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99㎡ 남짓 되는 식당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희망식당은 '밥'을 통해 사람들과 편안하게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말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희망식당을 기획한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김진경(42) 지부장은 "어렵고 무겁게 생각하는 지역의 노동 문제를 밥을 나눠 먹으며 가볍게 이야기하기 위해 희망식당을 꾸렸다"고 밝혔다.

트위터를 보고 찾아왔다는 대학생 이창희(26'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씨는 "정리해고자들 소식을 들을 때면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늘 미안했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나눠 먹으며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대구경북 희망식당은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했다. 장소'인력'식자재 모두 주변에서 알음알음 도움을 받았다. 공간은 대구 쪽방상담소가 노숙인과 쪽방 생활인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식당 '따신밥 한그릇'을 비워줘 마련했다. 점주와 주방장, 종업원은 자원봉사자들이 맡았다. 이날 주방장은 요리학원 강사 윤명수(44) 씨다. 윤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는 재능을 통해 정리해고자들을 돕고 싶어 일일 요리사를 자청했다"고 웃었다.

손님맞이에는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이야기 '의자놀이'를 쓴 공지영 작가가 나섰다. 공 작가는 "희망식당은 이 시대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밥을 통해 희망을 나눠주자는 곳이다"며 "오늘 하루 희망 나눔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식자재는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는 '농부장터'와 '아이쿱 생협'에서 제공하며, 시민들의 후원도 받는다.

주부 성유림(38'여'서구 평리동) 씨는 친구들과 함께 희망식당을 찾아 쌀 20㎏를 기부했다. 성 씨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자 미래의 우리 아이들 문제다"며 "다음에 올 때는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해고자들에게 희망을 전할 계획이다"고 했다.

희망식당 기획위원장 서창호 씨는 "비정규직이 없는 더 나은 세상 만들기라는 희망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희망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다"며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밥 먹기 연대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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