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으로 채팅 말다툼…다음날 실제로 싸워

초·중학생 스마트폰 중독 실태

4일 대구 달서구 한 공원에서 하굣길 초교생들이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4일 대구 달서구 한 공원에서 하굣길 초교생들이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초'중학생들이 방과 후는 물론 수업시간에도 스마트폰에 빠져들고 있다. 수업 시간에 교사 몰래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풍경은 흔하다.

매일신문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대구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각 1곳을 골라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들 8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대해 물어봤다. 80명의 학생 중 45.0%(36명)가 스마트폰을 하루에 1~3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대답했고, 3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도 전체 학생의 25.8%(21명)에 달했다.

초'중학생들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기능을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주로 이용하는 스마트폰 기능을 물었더니 총 98명의 복수 응답자 중 46명(46.9%)이 채팅과 메신저 기능이었다. 친구와 채팅하다가 다투거나 싸움으로 커져 교사가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초등학생 D(13) 양은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욕설을 보내는 바람에 학교에서 크게 싸워 선생님에게 야단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고, 중학생 H(16) 군은 "친구가 자기 스마트폰에 찍은 내 얼굴을 허락도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서 친구의 책상을 뒤엎어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는 "요즘 많이 발생하는 학생들의 마찰이 방과 후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다가 다툰 것이 학교 교실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을 쓰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교사의 스마트폰 사용 통제에 잘 따랐으나 중학생으로 넘어가면 이 같은 통제에 반항하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42명 중 스마트폰을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께 제출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 학생이 5명(11.9%)에 불과한 반면 중학생 38명 중에서는 17명(44.74%)이나 됐다. 설문에 응한 초교생 중 스마트폰을 수업 중에 쓰고 싶어서 몰래 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2명에 불과한 반면 중학생은 13명(34.2%)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S(16) 군은 "수업 도중에 스마트폰을 쓰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압수당했을 때 대들었던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긴 스마트폰 사용시간 때문에 교사 또는 부모에게 지적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설문에 응한 전체 학생 중 47명(58.8%)이었다.

초등학생 A(13) 군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한 달에 3, 4번 정도 야단맞는다"고 대답했다. 초등학생 C(13) 양은 "하루에 세 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스마트폰을 한 달 동안 압수당한 적이 있었다"며 "친구들이 연락 오거나 카카오톡으로 보낸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해서 어머니가 숨겨놓은 스마트폰을 찾아 어머니 몰래 메시지만 확인하고 넣어둔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중학생 D(16) 군은 "스마트폰은 애인과 같은 존재"라며 "스마트폰 없이 지낸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사줘도 될까'라는 고민이 크다.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면 어쩔 수 없이 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39'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소외된다'는 말을 듣고 스마트폰을 사줬더니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만 한다"면서 "가족 간 대화가 더 줄어들었다"고 걱정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가 연락을 이유로 스마트폰을 아무런 제재 없이 쥐여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은 PC게임과 달리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전제로 깔고 있어 스마트폰 중독에 쉽게 빠진다고 분석했다.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컴퓨터 게임 시간은 부모가 조절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서 "부모가 자녀와 협의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 지킬 수 있도록 부모가 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