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가운데 베트남인들이 많은데 자기들끼리는 잘 뭉치지만 말을 잘 안 들어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국내 근로자와 똑같이 적용하고 숙식까지 제공하다 보니 국내 근로자가 역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달 2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영풍열처리 공장에 대구시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3기관의 합동발굴단이 찾아가자 업체 관계자들의 주문과 불만이 쏟아졌다.
3기관 관계자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기업체를 방문,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시가 2006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업현장 VJ특공대'는 지금까지 2천500여 개 업체를 찾아 각종 기업체의 민원을 해결했다. 그림자처럼 드러나지 않게 일하며 대구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약속 잡기부터 어려워
대구시의 '기업현장 VJ특공대'는 현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2년 동안 VJ특공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대구시 산업입지과 권순진 주무관은 "2006년 출범 이후 한동안은 홍보도 필요하고 업무량도 많아 2개팀 8명이 활동할 때도 있었지만 2010년부터는 VJ특공대가 정착이 돼 2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2명이 한 팀을 이뤄 매주 두 차례 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VJ특공대가 기업체를 방문하기까지는 그리 녹록지 않다. 미리 연락을 하지만 약속이 쉽지 않다. 권 주무관은 "보통 업체들에게 전화하면 '바쁘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며 "10군데 정도 연락하면 2, 3군데 약속이 잡힌다"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회사관리에서부터 영업까지 1인 다역을 하다 보니 그만큼 시간잡기가 힘들다는 것. 일부는 혹시 세무조사나 환경조사를 할까 봐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구인 문제 가장 많이 나와
업체들을 찾아다니면 뭐니 뭐니 해도 나오는 이야기가 '구인 문제'다. 특히 생산직의 경우 인력 수급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대체로 기피 업종인데다 급여를 놓고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
대구시 산업입지과 김삼성 사무관은 "이런 경우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다며 달랜다"고 했다. 또 대기업들의 납품가 후려치기에 대한 하소연도 많다.
원자재 가격과 부대비용, 인건비 등은 계속 오르는데 대기업은 납품가격을 오히려 낮추려 한다.
권 주무관은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인지 올해는 납품가 이야기가 지난해보다 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가끔 황당한(?) 요구들도 나온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업체로 가지 않도록 막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거나 시내 부근에 공장 부지를 30만~40만원에 공급해달라는 주문도 있다.
VJ특공대는 업체의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정리한 뒤 관계 부처나 기관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급 건의를 받고 이를 시책에 반영시켰고 지난 5월에는 성서5차산업단지에 대중교통 부족으로 근로자의 출퇴근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의를 받고 성서3번 노선 증설과 출퇴근 셔틀버스 운행으로 이어지게 했다.
◆업그레이드된 '3청사 발굴단'
지난 7월부터는 대구시의 VJ특공대 외에 고용노동부 대구북부고용센터,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등 3개 기관이 합동으로 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3청사 합동발굴단'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1차례 기업현장을 방문하며 이달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대구북부고용센터 취업지원팀 정남혁 팀장은 "기업체 방문은 3개 기관이 별도로 하고 있었는데 각 기관이 산발적으로 방문하다 보니 업체들이 불편해하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3기관이 함께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3개 기관 관계자가 함께 나가니까 각 기관의 지원사업을 설명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3개월 동안 총 32개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해결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애국자"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다니는 '민원해결사'들은 이 업무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중소기업 사장들의 열정'이다.
대구시 김 사무관은 "자수성가한 업체 사장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업체를 살리고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 사장들이 다름 아닌 애국자"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책상에만 있다가 현장에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배우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다고 했다.
VJ특공대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반성도 하고 있다. 이들은 근무 주기가 짧다 보니 전문성이 없어 업체들에 체계적인 설명이 어렵고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해결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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