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일기] 먼 훗날, 시간이 많이 흘러도

학교에는 매일 크고 작은 일들이 생겨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렇지만 시일이 꽤 흘렀음에도 올해 교단에 서면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순간은 아직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우리 반 아이들로부터 받은 단체 편지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렸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조그만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다. 이 지면을 빌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우리 6학년 1반 아이들에게,

때는 바야흐로 2012년 5월 15일. 내 생에 있어 오늘이란 이 시간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야. 너희들처럼 사랑스런 제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기쁜 일인데 어쩌면 그렇게 나를 감동시킬 줄 아는 재주까지 지녔는지. 우리 반 멋진 회장 도윤이를 비롯하여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 몰래 그 큰 종이에 편지를 쓰느라 나름대로 스릴은 넘쳤으리라 생각해.

사실 어제 나는 너희들 자리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자리를 깨끗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느라 그 큰 도화지는 발견하지도 못했단다. 나 모르게 깜쪽같이 32명이 모두 편지를 썼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우리 반 친구들의 위력을 느껴.

우리 반 친구들의 짧은 편지 속에 공통으로 들어간 말은 '지금처럼 재미있게 공부 가르쳐 주세요!'라는 말이었어. 재미없게 가르쳤다간 내가 너희들에게 내쳐질 판이더구나. 물론 농담이야. 나와의 공부가 그나마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니 나 역시 더없이 기쁘단다. 너희들의 바램처럼 앞으로 너희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만큼 나 또한 더 많이 노력할게.

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단다. 너희들의 웃는 얼굴을 봐도 행복하고, 부족한 모습은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물론 몇 번을 강조했는데도 지키지 않을 땐 실망스러워 찡그리기도 하지만 오래 마음에 두진 않는단다. 너희들과 나는 이미 가족이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이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오해하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나가야할 거야.

많이 고맙고, 너희들이 선생님을 믿어주는 만큼 선생님은 너희들을 '무한 사랑'으로 대할거야. 다소 심하다 싶을만큼 엄격한 잣대로 너희들을 채찍질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기를 바래. 그것은 결국 너희들이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오늘 우리 반 친구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무한 에너지'가 충전이 된 것 같아. 더 기운을 내서 너희들을 위해 내가 더 많이 봉사하고 도와줄게. 언제나 예의바르고, 친구를 배려하며, 질서를 지키며 공부 열심히 하는 멋진 6학년 1반이 되길 바래. 먼 훗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도 2012년 6학년 1반의 아주 소중한 인연들을 절대로 잊지 말자꾸자. 고마워, 얘들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선생님이

김수영 대구교대부설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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