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희망디딤돌'을 표방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이 유럽발 경제 위기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을 때 중소기업 지원에 전력을 기울이며 위기 극복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데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다.
신보는 2009년 한 해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46조9천억원의 보증을 지원해 중소기업들의 유동성을 도왔고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 중 88.2%가 신보의 공적 보증서에 의존했을 정도로 활발히 움직였다. 금융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계는 신보가 '공심(公心) 경영'을 통해 보증질서를 확립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신보의 공심은 '사심(私心) 없는 마음'을 넘어 '공익을 위해 희생을 불사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뜻한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공심경영을 바탕으로 부당한 청탁을 없애고 사심을 배제하는 보증질서를 세운 것이 금융 위기 극복과 공공기관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했다. 또 "성장이 유망한 기업을 선별하고,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적정한 금액을 지원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전 직원이 노력했고, 지금도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신보의 '3適 정책'이다.
실제 신보는 보증심사방법을 선진화했다. 실적 중심의 신용도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보는 평가체계로 전환한 것. 신보는 2009년 7월 보증한도 산출 기준을 '직전 회계연도 매출액'에서 '최근 1년간 매출액'으로 변경했고 '미래성장성+경영능력 검토표'를 심사에 도입했다. 또 2010년에는 성장 유망 기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기업가치 평가 시스템'을 개발, 그해 9월부터 활용하고 있는데 기업의 신용도와 미래가치를 동시에 평가하고 있다.
신보의 '히트상품'은 이런 변화의 결실이다. 작년 1월 구축한 '중소기업 온라인 대출장터'는 올 9월까지 대출희망 등록건수가 2만1천826건을 기록했다. 이 중 1만9천628건에 약 2조4천584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온라인 대출장터를 통해 취급한 대출의 평균금리(5.59%)도 제도 도입 전 평균금리(6.22%)보다 0.63%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은행 지점 7천556곳 중 4천605곳(60.9%)이 회원이다. 신보의 홈페이지에 기업과 은행이 대출 정보를 교환하고 기업이 가장 유리한 조건의 은행을 선택하는 역발상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타 기관은 신보의 이 대출장터를 벤치마킹했다. 여신금융협회의 '인터넷 직거래장터'나 대부금융협회의 '소비자금융 직거래 대출센터', 전국은행연합회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비교공시 시스템', 한국이지론의 '역경매방식 대출중개 서비스'가 그것이다.
'일석e조 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신보는 작년 1월 국내 최초로 보험보장과 대출담보 기능을 결합한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거래처에 대한 판매 위험을 보장받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 셈인데 중소기업은 거래처 매출채권의 손실 위험에서 벗어나고, 신용보증을 통한 금융 지원도 수월해지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올 9월까지 2천431건이 추진됐고 보험 가입금액은 3조4천762억원에 이른다.
안 이사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모바일을 적극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금융공기업 최초의 스마트 업무를 보게됐다. '현장 원스톱(one-stop) 보증'은 모바일을 통해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도 보증 승인, 약정, 보증서 발급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적용 대상은 신보에 5천만원 이하의 보증금액을 신청한 기업이다.
올해 9월까지 대상 보증의 약 52.3%인 3천446건을 처리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영업점을 여러 번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고객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였다.
신보는 9월 대출을 받고자 하는 중소기업이 자신의 대출금리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금리캐스터'도 자체 개발해 중소기업이 대출받을 때 신보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필요 정보를 입력하면 은행의 대출금리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