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국내 섬유 산업은 FTA 효과가 예상됐지만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지역 섬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5∼6% 늘었고, 특히 3월은 7.2%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수출이 2010년에 비해 한 달 평균 16%씩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경기까지 둔화돼 불황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함께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섬유 기업인들의 열기는 지난여름 37℃를 기록했던 폭염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뜨겁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정책에 편입한 후, 국내 섬유 산업 구조는 천연섬유에서 화학섬유로 전환됐다. 화학섬유의 원료, 원사, 직물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중소기업들이 사가공, 제직, 염색, 가공 절차의 역할을 맡는 산업구조로 자리 잡게 됐다.

이로 인해 소수 대기업이 국내 섬유 산업을 주도하게 됐고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원사 수급 조정, 해외시장의 가격 추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최근의 섬유 산업은 과거 의류에 한정됐던 전통 굴뚝 산업에서 벗어나 정보통신, 나노기술, 생명공학 등의 연관 산업들과 융복합화되는 산업용, 고기능성 첨단 하이테크 섬유를 개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편승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불공정했던 섬유 산업 구조를 점차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섬유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자,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서로의 머리를 맞댄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주관하고 우리 연구원이 후원한 '슈퍼소재융합제품 포럼'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적절한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날은 슈퍼섬유의 일종인 '아라미드' 원사를 생산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정부지원 연구개발(R&D) 기능을 수행하는 섬유 소재 관련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산업자재용 슈퍼섬유 소재 개발 및 생산 현황과 시장 동향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산업자재용 슈퍼섬유 소재기업 및 수요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발전 방안'에 관한 토론이 '동반 성장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돼 많은 섬유 기업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관련 학계 및 연구기관이 함께 모인 상호소통의 마당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포럼은 대기업의 기술 개발 로드맵과 연구기관의 신기술 정보를 중소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 실질적인 상생의 자리였다는 점에서 많은 섬유 소재 기업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 포럼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은 수요기업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대기업은 양질의 부품 소재를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 진정한 윈-윈, R&D를 통한 동반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격언이 있다. 이기적인 행보보다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경쟁함으로써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더 이상 소수 대기업의 독단적인 성장으로 국내 섬유 산업 경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역기업체, 자치행정부, 금융기관, 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에 중소기업이 탄탄히 발전하고 혁신해야만 대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파트너들이 대기업에 지속적으로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해줌으로써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그리고 협력하는 동반성장의 기업 트렌드는 이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있어 필수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덧붙여 기업체뿐 아니라 자치행정부, 금융기관, 지역사회, 연구기관 등의 든든한 양질의 서포트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경제 붕괴 속에서 국내 섬유 산업이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혼자서 빨리 가는 이기심이 아닌 함께 멀리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성기/DYETEC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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